미니홈피를 구경하다보면 종종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일촌이 있었다. 자기 포장이 지나쳐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거나, 과도한 허세를 부리는 일촌들. 이들을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관심일촌에서 제외시키고 그 사람의 미니홈피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관심에서 제외되었던 일촌들의 허세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다시 마주하게 됐다. 타임라인의 그들의 배설은 화려하고 다양하다. ‘나홀로 감성’에 젖어 쓴 그의 글과 그녀의 앙증맞은 잠옷 그리고 민낯…. 보고 싶지 않던 그들의 근황을 보고 말았다. 그들은 은밀한 일기장 대신 SNS라는 공개홀을 택했다.

  사회적 실재감 떨어져= 사람들은 현실에서 좀처럼 하지 않는 내밀한 이야기를 SNS를 통해서 한다. 가벼운 투정을 넘어선 심오하고 진지한 ‘나만의 철학’을 펼치거나, 극도의 우울감을 표현한다. 얼굴을 마주보고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SNS상에서 꺼낸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이사람 맞나 싶을 정도다. 이재신 교수(신문방송학부)는 “SNS상에서 더 솔직하게 내면을 털어놓는 것은 사회적 실재감이 면대면상황에서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실재감이란 상대방이 내 앞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느낌이다. 사람과 마주하고 대화하면 하고 싶은 말은 하지만 피할 말은 피하게 된다. 반면 온라인상에서는 사회적 실재감이 면대면 상황보다는 떨어진다. 따라서 평상시에 하지 못했던 마음속의 말을 글로 남기기 쉬운것이다.

  나를 쉽게 꾸밀 수 있어= 현실에서는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한다. 반면 SNS상에서는 현실보다 자신을 포장하기가 쉽다. 몇 장의 사진과 짧은 글이면 충분하다. 잘 나온 사진에 약간의 포토샵 기술을 더하면 현실보다 날씬하고 예쁜 그녀를 완성할 수 있다. 또 몇 개의 글을 스크랩하는 것만으로 지적이고 감성적인 그를 만들어낼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을 포장하고 과시하려는 인간의 본성이 SNS에서 더 두드러진다. SNS서비스와 함께 스마트폰과 같은 멀티미디어 기기, 네트워크 등의 발달이 맞물리면서 인터넷 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일은 더 쉬워졌다. 이재신 교수는 “과거와 달리 개인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웹상에 이를 올리는 것도 쉬워지면서 스스로 자기정보를 노출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지인들과 얽혀있는 대화공간= 지인들과의 관계에 의해 맺어진다는 특징은 이용자로 하여금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를 부담 없이 꺼내게 만든다. 관계기반 SNS에서 교류하는 친구들은 내 이름이 무엇인지 또 내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등의 기본정보를 대부분 알고 있다. 이미 나를 잘 알고 있는 지인들과의 교류이다 보니 피상적인 자기소개는 의미가 없고 흥미를 끌기도 어렵다. 때문에 사람들은 지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소소한 일상과 고민 등 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친한친구에게 얘기하듯 SNS상에 적는 것이다. 

  SNS상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서의 소통은 긍정·부정을 떠나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사람들은 SNS상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의 안부를 살핀다. 과도한 자기과시나 솔직함으로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사람도 눈에 띈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 진짜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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