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각 계열별로 교수 정년보장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이런 모임이 평교수들과 학교 본부가 의사소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표명된 우려를 잠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6월 초 학교가 심각한 오류가 포함된 자료를 제시하면서 정년보장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데 대해 교수협의회가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에 관한 쟁점이 불거졌다. 무엇보다 먼저 언급할 것은 정책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신뢰와 협력의 기반만 무너진다는 점이다. 한 저수지에서 물을 빼서 다른 저수지에 물을 대고서 두 번째 저수지의 물이 더 많이 찼다고 내세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은 두 저수지의 물을 모두 가득 채우는 것이다. 몇 해 동안 학교의 정책추진 방향을 보면 초점이 개별 교수의 양적 연구 성과를 높이는 한 쪽 저수지 물채우기에만 맞추어지고 교수들의 신뢰와 협력을 독려하여 창의적 발전방안을 모색하려는 두 번째 저수지에서는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은 돌아보지 않고 있다. 교수들의 신뢰와 협력을 키우지 않고 일인당 더 많은 논문을 쓰도록 채찍질한다고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칼리지나 성균관대의 동아시아 학술원 같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역작용의 이면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내놓은 정책은 교육의 내실을 기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계열별로 경쟁적으로 개설과목 수를 줄이고 강의 개설 최소인원을 늘려 학생들의 수업여건만 더 악화시키고 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정년보장제도 개편에서 쟁점은 양적지표와 외부동료평가제도 도입 두 가지로 모아진다. 양적지표는 합리적 근거에 따라 마련되어야 하며 그것이 첫째로 협력에 기반한 장기적 발전이라는 목표에 도움이 되는지 둘째로 비슷한 수준의 다른 학교의 여러 조건들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지를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외부동료평가제도는 근본적으로 신뢰와 연결되는 문제인데 악용의 여지가 많다는 우려가 학계의 일반적 의견이며 이미 심사를 거쳐 게재된 논문들에 대해 이중 평가를 하는데 불과하여 현실적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추진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은 현재의 ‘계열별 책임부총장제’가 안고 있는 비체계성과도 중첩된다. 본부의 말을 들어보면 정년보장에 대한 통일안을 만들 의사가 없으며 계열이 자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계열의 독자성을 반영하고 최대한 평교수들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수렴한 안을 만드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열 부총장들께서는 총장단 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이 이미 만들어졌고 사실상 계열별로는 사소한 수정만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운영한 <교평위> 같은 것을 만들어서 교수들의 의견을 통일적으로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는 본부에 대한 교수들의 신뢰를 하락시키고 본부가 소통보다는 ‘불통’에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만 커지게 할 뿐이다.

백승욱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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