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친구들의 수다'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교환학생들의 대화를 통해 각국의 문화 차이와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총 3주 동안 3개의 주제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첫 번째 수다 주제는 대학생활/대학문화입니다.


LEBANON 차벨(Charbel Raod)

 

차벨은 중동의 레바논에서 왔다. 레바논 국립대학(Lebanon University)에서 영화학을 전공했다. 한국에 교환학생을 온 경험이 각본을 쓰고 스토리를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레바논과 한국은 같은 대륙이지만 너무 달라 궁금증이 생겼다고 말하는 차벨. 뭐가 그리 신나는지 말하는 내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GERMANY 안나(Anna Sauer)

안나는 독일 북부의 슈트랄준트(Stralsund)에서 왔다. 그녀가 사는 도시는 조금만 벗어나면 인적이 드문 시골이다. 덕분에 동네건 학교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독일의 대학에서 관광 경영학을 공부했고 중앙대에선 경영학을 배우고 있다. 후에 한국에 다시 오게 되면 모든 말을 한국어로 하겠다고 야심차게 말하는 안나는 당찬 독일 소녀다.

 

FRANCE 아라인(Alain Celestin)


프랑스 남쪽 몽펠리에(Montpellier)에 위치한 에피텍(EPITECH)에서 온 아라인. 공대생인 그는 중앙대에서도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이 프랑스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주변에서 항상 들었던 터라 그 문화를 파헤쳐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시아를 가고 싶은 프랑스 학생들은 대부분 중국을 선택하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이특별한 것이라고 자부한다.

레바논, 독일, 프랑스가 뭉쳤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세 나라의 학생들이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나라에 대해 묻고 답하며 한바탕 신나게 웃음꽃을 피운 이들. 한국에 온 지 두 달 남짓된 ‘한국 새내기’들의 수다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해요. 또한 중앙대에 대한 느낌은 어땠나요?
안나 모든 것이 한국에 오기 전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요. 교수님과 소통하는 방법이나 수업시간에 나가서 전화를 받는 것 등이요. 독일에선 수업시간에 그냥 전화를 받곤 했었거든요. 특히 수업시간에 자리에 앉는 방법이 신기했어요. 중앙대 학생들은 수업을 들을 때 가방을 옆자리에 두고 혼자 앉더라고요. 제가 본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랬어요. 독일 학교에선 친구들과 다 같이 앉아요. 가끔 낯선 학생이 강의실에 들어오면 모두 그 아이 옆에 앉으려고 해요. 그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
차벨 레바논과 모든 것이 달랐지만 매우 좋았어요. 교수님들도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시고요.
아라인 중앙대에 와서 교환학생에 대한 안내 프로그램이 잘 준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도우미 친구가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공항에 마중 나와 주고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지금까지도 가장 가깝게 지내는 한국친구예요.
-그렇군요. 하지만 중앙대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했던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안나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상당히 계급적이에요. 교수님이 길게 얘기하더라도 한국 학생들은 불평하지 않아요. 강의 내용이나 질문에 다른 의견을 내지도 않구요. 독일에선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관계였어요. 수업을 듣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질문하고 곧바로 답변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죠. 근데 여기선 질문을 하면 다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라구요.
아라인 저도 비슷해요.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일방적으로 정보 전달만 하세요. 그 교수님뿐만 아니라 전체 교육 프로그램이 그런 것 같았어요. 아직도 적응하기가 힘들죠.
안나 또 영어로 의사소통하기가 힘들어 애를 먹었어요. 대학원 사무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직원분들이 영어를 잘 못하셔서 난감했어요(웃음).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현지의 교육 시스템도 궁금해요.
아라인 저희 학교의 시스템은 한국과는 매우 달라요. 중간, 기말고사가 없는 대신 학기 중에 시험을 자주 봐요. 일주일에 2~3번을 볼 정도로 시험이 많아요. 한번은 금요일 저녁 8시에 갑작스럽게 과제를 받은 적이 있어요. 팀 프로젝트였는데 주말까지 끝내야 했어요. 시험과 비슷한 프로젝트라 한참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또 저희 학교엔 교수님이 안 계신 수업도 있어요. 수업 특성에 따라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 실습을 가르쳐 주시기도 해요. 흥미로운 수업이죠.
차벨 레바논에선 자기가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없어요. 모두 학교에서 정해주죠. 한국에 왔는데 여긴 시간표를 스스로 만들더라고요. 저에겐 흔치 않은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레바논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처럼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아요. 한국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밤을 새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한국 친구들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요?
안나 한국 친구들이요? 정말 좋아요. 그런데 친구가 되기까지 조금 힘든 것 같아요. 한국인 여학생들은 수줍음을 잘 타는 것 같아요. 특히 외국인에게요. 사실 언어는 친구가 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저도 한국어를 잘 못하니 어차피 동등한 조건 아닌가요?(웃음)
-그곳 학생들의 노는 문화는 어떤지 궁금해요. 친구들이랑은 주말, 방학을 어떻게 보내나요?
아라인 프랑스 학생들은 주말에 정말 많이 놀아요. 영화관, 클럽, 바를 가기도 하고 남학생들은 스포츠를 자주 즐기죠. 하지만 제 경우는 좀 달랐어요. 저희 학교엔 특이한 수업이 있었어요. 내용도 어렵고 수업이나 팀 프로젝트가 주말에 진행되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어요. 심지어 공휴일에도요. 농담이 아니에요. 그래서 서울에 온 이후로 줄곧 놀고만 있어요(웃음).
안나 저희 학교 친구들은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아요. 거의 다 기숙사 생활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주말엔 집에 가는 학생들이 많아요. 방학 때는 여행을 많이 다니죠. 지난 방학에는 친구와 영국이랑 프랑스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어요.
-재밌었겠네요. 궁금한 게 있는데, 한국 대학생들은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 경력 쌓기 등에 관심이 많아요. 그럼 현재 현지 대학생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 가지로 한정할 수는 없겠지만요.
안나 아마 학점일 거예요. 하지만 아주 경쟁적이진 않고 적당히 좋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학점을 신경쓰는 이유는 인턴십을 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도 1등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직업을 갖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요.
차벨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능력이에요. 레바논 학생들은 대부분 3개 국어를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선 몸으로 부딪히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하죠.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언어능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요.  
-그렇다면 대학 교육이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학은 어떤 장소라고 생각하세요?
차벨 중요한 것은 많지만 이걸 말하고 싶어요. ‘나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요. 대학은 사회생활을 미리 배우는 공간이죠. 팀 활동을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라인 책을 가지고 있다면 여름방학에 공부를 할 순 있겠죠. 하지만 대학은 차벨 말대로 작은 사회에요. 책만으로는 캠퍼스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습득할 수 없어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개개인의 특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대학생활, 대학교육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강나라 기자 jiangnala@cauon.net
통역 유장현 학생 (공공인재학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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