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떠나고, 귀족들이 탄생했다. 500여명의 중앙人 오피니언 리더들은 마치 과두정의 귀족인양 강력한 발언권을 갖고 독점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컴퓨터에 앉아 ‘학교의 발전’과 ‘변화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반하는 마녀들을 사냥한다. 지난 17일에 있었던 원탁회의 반대 시위는 모니터로 중앙대를 좌지우지하던 작은 군주들의 힘이 오프라인으로 가시화된 주요 사건이다.

 
  누가 중앙人을 여론독점체로 만들었는가. 종횡무진 온라인을 누비며 날카로운 분석을 쏟아내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스스로 성장한 것인가. 아니다. 중앙人의 여론독점화는 대다수 학생들의 외면과 중앙人에서 균형자적 역할을 담당하던 여론형성층의 대거 누수가 만든 비극이다. 운동권 학생들을 비호하던 이들은 스스로 제 힘을 포기했고, 대학 행정에 직접적으로 여론을 반영하는 공론장인 중앙人은 특정 성향을 가진 개인들의 권력집단으로 변질됐다. 중앙人이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중앙인의 아우라는 거대하다. ‘중앙人의 여론=대학생들의 여론’이라는 상징이 중앙人의 본모습이다. 애초에 독점적인 커뮤니티로서 상징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중앙人’이 여론 독점체가 될 수밖에 없음은 지당하지 않은가? 문제는 여론 독점체를 특정 성향을 가진 무리가 독점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해법은 명확하다. 중앙人에 등을 돌린 오피니언 리더들이 돌아오는 것이다. 그들이 돌아와 대항 세력으로서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돌아올 빈자리는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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