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선 감상법
  • 중대신문
  • 승인 2011.10.3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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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시장이 저지른 ‘바보짓’ 덕분에 치른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했다. 제1야당이 후보를 독자후보를 내지 않고 국민경선이란 절차를 거쳐 박원순 변호사를 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해서 바람을 일으켰다고 해도 결국에는 박영선 의원이 통합후보가 될 것이라고 보는 관측자도 적지 않았다. 재계는 박영선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될 것으로 보고 안도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재벌에 대해 날카로운 질책과 비판을 했던 박영선 의원이 국회를 뜨게 되니 반가워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예상을 뒤엎고 박 변호사가 야권 통합후보가 됐는데, 거기에는 소셜웹의 역할이 컸다. 박 변호사가 후보가 되자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가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모금한 일은 짚고 넘어갈 만한 사안이었다. 한나라당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병역, 학력, 부인의 사업 등 온갖 일을 꺼내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펼쳤다. 추상적 담론에 익숙해 있던 박 변호사는 토론도 잘하지 못했다. 야권에는 위기의식이 감돌았고, 선거결과는 까보아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런 와중에 ‘도곡동 사저’사건이 터졌고, 곧 이어 나경원 의원의 피부비용 사건이 폭로되었다. 사저는 <시사저널>과 <시사IN>의 공동특종이었고, 피부비용은 <시사IN>의 단독 특종이었다. 사저 문제와 피부미용 건은 소셜웹을 뜨겁게 달구었고, 이에 힘입어 수세에 몰렸던 박원순 변호사가 제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었다. 안철수 원장의 지지선언이 있자 박원순 후보의 승리가 굳어진 것이다. 기자도 몇 명되지 않는 작은 시사 잡지가 선거의 판도를 바꾼 셈이다.

  이번 선거는 올드 미디어에 대한 뉴미디어의 승리이고, 정규군을 상대로 한 게릴라의 승리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야권 승리의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박원순 후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도 가볍게 넘어갈 것은 아니었지만 다수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권을 더 큰 ‘악(惡)’으로 보았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권이 작년 지방선거과 금년 4월 재보선에 이어 연거푸 심판을 받은 것이다.

  이번 선거는 우리 사회가 심각한 세대갈등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종이신문에 매달려 있는 세대와 소셜웹을 통해 견해를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세대 간의 위화감이 심각함을 보여 주었다. 서울은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특별3구’와 나머지 ‘보통구’로 나누어진 형상이다.

  어느 나라든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은 있는 법이지만 우리의 상황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번 선거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모습을 재확인해 준 셈이다. 이명박 정권은 내년 총선에 마지막 심판을 받고 사라지겠지만 독선적인 정권이 초래한 사회갈등을 치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상돈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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