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시작되고 교수님이 질문을 받지만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간혹 한 두 명씩 손을 들지만 그것도 대부분 같은 사람이다. 학생들은 영어로 된 강의 자료를 해석하는 데 몰두하여 정작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 교양수업도 아닌 전공수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대는 ‘졸업생들의 영어능력 우수성’을 위해 08학번 이후 입학생에게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과목을 이수할 것을 의무화하였지만 효용성에 대하여는 의심이 간다. 강의 내용이 전공과목인 만큼 강의에 쓰이는 용어들은 전문적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강의에 집중하기보다 자료를 따라잡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전공과목 영어강의는 ‘졸업생들의 영어능력의 우수성’을 효율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영어강의에서 A, B학점에 할애하는 비율이 높다고 해도 그 자리는 글로벌리더전형 입학생들이 들어 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수업이 어디까지나 ‘전공’ 이기 때문에 이 경쟁에서 뒤쳐진 학생들은 영어 전공강의 이수를 위하여 학점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학교입장에서 졸업생들의 영어능력 우수성을 입증하겠다는 의도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이를 전공과목 영역에 적용한 것은 재고해야 할 문제다. 전공과목 대신 영어로 진행되는 교양수업 이수를 의무화하여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황민태 사회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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