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흄은 사회가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부인할 것이 아니라 이기심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목적을 달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과 달리 칼 마르크스는 악한이라 가정하고 고안된 헌법 아래 살아가는 시대는 “일반적 부패와 보편적 매수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악법이 악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악법이 악인을 만든다’는 제목으로 실린 짧은 분량의 사설은 생리 공결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신속하고 간단하게 잘 정리했다. 실제 생리통으로 고통을 겪는 학생들의 필요와 제도 자체를 개인적 사정에 이용하려는 학생들의 욕구가 이제는 보편적 제도가 되어버린 생리 공결제를 유지시켜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필요할 때 아무 때나 쓰면 된다는 일반적 부패의 결과를 가져 왔고 제도 자체가 학생들의 내밀한 이기심을 보편적으로 매수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시점에서 대안적 해결 방법으로 ‘최소한의 면대면 소통 과정’을 제시한 것은 타당해 보인다. 학부 시절 친분이 있거나 존경하던 교수님들에게는 함부로 생리 공결제를 사용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에 반해 교수님과 개인적 관계를 맺을 수 없었던 교양수업에서는 필요와 사정에 따라 공결제를 사용한 적이 있다. 이런 면에서 면대면 소통 과정은 스스로 자기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가능케하는 것 같다. 생리통이라는 통증은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적용된다. 하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 종일을 앓아누워 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진단서를 끊기도, 그 고통을 증명해 보이기도 애매한 생리통에 대해 애정남은 어떤 기준을 제시할까?

  생리 공결제 클릭할 때 설레고 기분 좋으면 그거 생리통 아닙니다잉. 학교 안 가서 홀가분하면 그거 거짓말입니다잉. 생리통 아니에요잉.

김보람 동문(국어국문학과 05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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