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브라질, 어디까지 아니?
  • 강나라 기자
  • 승인 2011.10.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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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설계하기 위한 신의 습작품

Braune Wanderley Rodrigo(호드).

PUC-Rio에서 영화학을 전공하고 중앙대서도 영화학을 공부하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한국에 반해 중앙대까지 오게 됐다. 남한과 북한에 관심이 많은 호드는 스키장 다음으로 비무장지대를 가고 싶어한다. 한국어의 매력에 푹 빠진 호드는 친구들보다 한 단계 높은 중급 강의를 수강한다. 다른 교환학생보다 한 달 먼저 한국에 와 서울 이곳저곳을 혼자 돌아다닌 그는 호기심 많은 브라질 청년이다.

 

세계가 탐내는 지하자원과 풍부한 식량자원을 갖고 있는 브라질. 사막도, 지진도, 혹한도, 태풍도 없이 1년 내내 수백만 종의 동식물이 평화롭게 사는 남미의 작은 대륙 브라질을 만났다.

축구와 삼바축제, 아마존의 나라 정도로 인식됐던 브라질이 브릭스(BRICs)로 총칭되고 2014년 월드컵에 이어 2016년 하계 올림픽까지 유치했다. 브라질은 소리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맑고 청명한 하늘이 펼쳐졌던 가을날, 브라질에서 온 23살 청년 호드를 만나 브라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호드의 모교 PUC­Rio
브라질리안 10명 중 7명은 카톨릭 신자다. 호드가 다니는 학교인 Pontifical Catholic University of Rio de Janeiro(PUC-Rio)도 카톨릭 미션스쿨이다. PUC-Rio에선 학부생들이 카톨릭, 종교, 윤리 과목을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 그는 “강의의 질이 높고 인간중심의 가치를 바탕으로 학문을 공부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PUC-Rio의 등록금은 한 학기에 700만원 정도. 중앙대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하지만 호드는 “등록금이 비싸지만 장학제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라 부담이 가진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PUC-Rio 학생의 절반 이상은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닌다. 그는 “장학 제도가 잘 되어 있는 것은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UC-Rio의 분위기를 묻자 호드는 “중앙대에 와서 깜작 놀랬다”고 말했다. 브라질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보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고 했다. “교수님도 숙제를 많이 내주시지 않는다”며 “중앙대에 오니 공부할 것도 많고 수업시간에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 벅찼다”고 전했다.


PUC-Rio는 리우 중에서도 좋은 위치에 있는 학교다. 중앙대 1/4정도의 부지에 건물은 3개밖에 없지만 2만 명의 학생이 다닌다. 호드는 “수업시간이 되면 옆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PUC-Rio는 리우 안에 2개의 캠퍼스가 따로 존재한다. 그는 “본교 학생이 분교에 갈 일은 별로 없다”며 “분교에서는 본교보다 더 전문적인 학문을 배우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호드는 브라질 날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브라질이라고 연중 더운 날씨만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짧지만 봄, 가을이 있고 한국보다 춥지 않지만 겨울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8월이 가장 춥고 1월이 가장 덥다. 봄과 가을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선선하다. 그는 “봄, 가을이 되면 일주일에 4~5일은 해변에 있는다”며 “특별히 비치발리볼이나 선탠을 하는 게 아니라 코코넛 주스를 마시며 책을 읽고 친구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 반대인 탓에 12월에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호드는 “다른 나라들과 비슷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내지만 단지 산타가 부채질을 하며 온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볼 수 없다. 눈이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눈을 본 적이 없다는 호드는 “한국에 와서 스키장을 가보는 것이 소원이다. 눈 오는 날에 스키를 타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며 기대에 부푼 미소를 머금었다.

브라질리안의 정체성, 삼바
리우나 상파울루, 살바도르 같은 대도시에서는 매년 2월이 되면 뜨거운 태양 아래 세계 최대의 삼바 카니발이 열린다. 삼바는 과거 흑인 노예들의 고달픈 일상을 달래기 위해 탄생한 춤이다. 양 발을 묶은 채로 노래하며 춤을 춰야 했기 때문에 스텝의 간격이 무척 좁다. 그래서 좁은 골목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삼바를 즐길 수 있다. 일주일 간의 축제에서 사람들은 거리를 점령하며 쉴 틈 없이 삼바를 춘다. 삼바스쿨의 경연 또한 볼거리다. 호드는 “축제 기간엔 내 삼바스쿨이 경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응원한다”고 말했다. 삼바스쿨은 구단 같은 개념으로 브라질리안은 보통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삼바스쿨이 정해져있다.


까리오까(리우에 사는 사람)들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낙천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빠울리스따누(상파울루에 사는 사람)들은 근면하고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사람으로 통한다. 빠울리스따누는 예부터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 놀고먹는 까리오까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여겼다. 반면 까리오까들은 빠울리스따누들이 인생을 즐길 줄 모르고 바보처럼 일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라이벌 의식은 삼바 카니발에서도 도드라지게 보여 진다. 이 둘은 서로 더 큰 규모로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 매년 많은 투자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리우 축제가 브라질에서 가장 큰 카니발로 꼽혔지만 이제는 상파울루 축제도 많이 발전했다. 호드는 “리우 축제와 상파울루 축제 중 어느 곳을 가야 할지 고민해보는 것도 축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뷰가 마무리 될 쯤 호드에게 물었다. 브라질인에게 삼바란 무엇이냐고. 그는 단 한마디, ‘정체성(identity)’이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그는 브라질에, 또 삼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브라질리안의 삶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들은 대화할 때 본론부터 얘기하지 않는다. 불쾌한 얘기를 할 때도 주변 얘기부터 시작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후 시작한다고 했다. 느긋한 시간개념도 그들의 여유로운 삶을 반영한다. 숨가쁘게 달려온 학기, 한 박자 쉬고 싶다면 브라질에서 작은 여유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느긋한 브라질리안과 함께 삼바축제를 즐기며 말이다.

글·사진 강나라 기자 jiangnala@cauon.net
 통역 김제민씨(건축학부 4)

지난 1746호(케냐)와 1747호(핀란드) 통역은 각각
김지현씨(영어교육과 4)와 고민경씨(경영학부 1)가 수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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