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중앙대 여학생 중 63%가 한 번 이상 생리공결제를 사용한다. 도입 첫 학기인 2006년도 사용률이 39%인 점을 감안해볼 때, 짧은 시간에 제도가 정착됐음을 알 수 있다. 더이상 극심한 생리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학생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에 와야만 하는 문제가 사라진 것이다.

 
  허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성의 건강과 모성의 보호를 위해 생리공결제가 필요하다는 합의점은 형성된 반면, 생리공결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담하기만 하다. 신청서가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리통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비율이 20%남짓임을 감안해볼 때 신청률이 매우 높고, 특히 연휴를 전후로 생리공결 신청자의 수가 갑절로 뛴다. 통계상으로 볼 때 생리공결제가 남용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무엇이 생리공결제를 남용하도록 만드는가. 도덕성의 부재인가. 아니다. 도덕성을 문제 삼으려면 도덕성이 싹틀 한 줌의 흙과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허나 클릭 몇 번으로 신청서를 인정해 제출하는 중앙대의 생리공결제는 도덕성이 개입할 최소한의 틈을 주지 않는다.


  악법이 악인을 만든다. 최소한의 면대면 소통과정도 보장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제도를 남용하는 학생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제도를 수정해야만 한다. 성평등상담소 또는 보건관리소에 방문해 생리공결 신청서를 직접 받도록 하는 방법은 어떨까? 이제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컴퓨터가 아닌 인간을 속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여학생들의 도덕성이 오랜 동면을 끝내고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말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