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첫 톱10’에 올랐다. 중앙일보가 지난 26일 1면 헤드라인으로 알린 사실이다. 대학의 한 리더는 계열 교수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기업대학으로 불리우는 중앙대학의 도약이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자축할 일”이라고 적었다. 다른 대학 구성원들도 대체로 그 소식을 ‘낭보’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러나 대학이 낭보가 이끄는 대로 끌려갈 일만은 아닐 듯하다. 머지않아 섣불리 자축했던 걸 부끄럽게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결함은 심각하다(사실 정부나 다른 언론사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평가는 무엇보다도 ‘순위’로 사회의 관심을 모으는데, 순위가 주는 정보는 거의 없다. 순위 높은 대학이 더 나은 대학이려니 짐작하게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은지 알려주는 바가 없다. 결국 순위 위주 정보는 대학의 내실보다 간판을 따지는 학벌주의만 키우게 된다. 더욱 딱한 건, 그런 순위마저 믿을만한 정보가 못 된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평가결과를 좀 세밀히 들여다보면, ‘평판도’라는 지표가 큰 결정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평판도가 모호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한다는데,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걸 새삼 설득할 필요는 없으리라.

  흥미롭게도, 이런 문제는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제기됐었다. QS는 조선일보가 합작해 아시아 대학들을 평가하고 있는 기관인데, 2009년까지만 해도 영국 Times Higher Education(THE)과 함께 세계대학들을 평가했었다.

  그러나 THE측은 QS의 조사 분석을 신뢰할 수 없어 협력관계를 파기했다. 이 파경 과정에서 THE의 평가담당 편집자 Phil Baty는 QS의 조사가 ‘경악할만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왜곡되고 편견이 투영된 평판도 조사에 의존해 대학들을 평가해 온 점이 부끄럽다고도 했다.

  난이 좁으니, 한 가지 문제만 더 지적하면, 중앙일보 평가는 전국 순위를 매기는 데 급급한 나머지 대학 사이의 구조적 차이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국공립과 사립을 구분하지 않고 ‘교육여건 및 재정’을 평가하는 것이나, 대학들의 규모와 구조를 감안하지 않고 ‘교수 연구’를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최근 대학구조 개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취업률의 지표도 ‘구조’를 간과하는 대학평가의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정부나 평가기관들은 그 지표를 통해 청년실업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

  대학평가가 지닌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현실론’의 이름으로 그런 평가에 항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 현실론이 과연 현실적이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대학들의 항복은 궁극적으로 현실적인 선택이 아닌 ‘짧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날지 모른다. 

강태중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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