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멘티, 그들을 말하다>

멘토 : 간호섭 (패션디자이너,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
  불혹의 나이를 갓 넘긴 간호섭 교수는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로 임용되며 패션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현재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 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에 있는 간호섭 교수는 한국궁중복식연구원 이사, 남성화장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패션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난 2009년 시작된 ‘프로젝트 런웨이 KOREA’에서 도전자들의 멘토로 활약하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간호섭 교수. 프런코에서 ‘미친 존재감’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미국 ‘프로젝트 런웨이’의 멘토인 ‘팀 건’의 닮은꼴로 불리며 ‘팀 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간호섭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언론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 홈쇼핑 방송의 고정 게스트로 출연해 패션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동아일보에는 ‘간호섭 교수의 패션 에세이’라는 고정 칼럼을 기고하며 대중 멘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멘티 : 강동화 학생(사회학과 3)
  그는 패션의 완성은 외모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트렌드를 파악한다 하더라도 외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옷맵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 패션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러나 미디어에 비춰지는 아이돌과 같은 마른 몸매의 소유자가 아니라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트렌치코트 역시 멋있게 연출하고 싶으나 그다지 크지 않은 키로 인해 번번이 포기하고 만다.
  패션의 완성은 외모라는 말이 진리인 것일까. 그러나 멋진 스타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는 패션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청춘’을 찾았다.

멘티 : 박정은 학생(패션디자인전공 1)
  패션디자인전공 학생으로서 누구보다 패션에 민감한 박정은 학생. 청순한 스타일이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확신하고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 유치한 스타일로 비춰질까봐 두렵다.
  그녀는 요즘 다른 스타일링을 시도해보려 한다. 그러나 그동안 청순한 스타일을 고수해온 그녀에게 색다른 시도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층 세련된 스타일로 변신해보려 하지만 막상 가지고 있는 아이템으로 연출할 수 있는 스타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학교가기 전, 옷을 고르는 일만 하더라도 그녀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다. 그녀에게 세련된 스타일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일까. 그녀는 스타일링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청춘’의 문을 두드렸다.
 

타고나는 다이아몬드 캐럿이 있듯
타고난 패션감각도 분명 있다

  매일 아침 울리는 알람과 함께 옷장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같은 옷을 입었다가 벗기만 몇 번째. 이리보고 저리봐도 2% 부족한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 도통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옷을 걸쳐 입고 나와 우연히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맘에 들지 않는 옷을 입고 나온 날이면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이렇게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잡혀 있는 ‘패션’. 20대의 많은 청춘들은 옷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옷을 잘 입는다’는 주관적인 견해에 늘 의문을 품고 있었다. 
진짜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옷을 잘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20대 청춘들. 그 중에서도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박정은 학생(패션디자인전공 1)과 강동화 학생(사회학과 3)이 청춘을 직접 찾아 간호섭 교수에게 고민 상담을 신청했다.


   트렌드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강동화 학생 스키니 바지를 입고 싶은데 내 몸에는 맞지 않는다. 주변에서 다 입으니까 따라 입어야 할 것만 같다. 트렌드에 따라서 입는 것이 맞는건가. 


  간호섭 교수 스키니 바지가 유행하면 유행하는 대로 받아들여라.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유행할 수도 있다. 아니면 스키니가 유행하나보다 하고 그냥 무시해라. 할 수 없다. 내 몸에 안 맞는데 어떡할 건가. 항상 어떤 옷이 유행할 때는 그 트렌드에 맞는 체형이 있기 마련이다. 스키니는 인피니트나 틴탑같은 아이돌이 입어야 예쁘지 그 밖의 애들이 입으면 안 예쁘다. 스타일링은 자기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단점을 죽이는 것이다. 자기 장점을 찾아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는 자기 몸에 대한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트렌드가 굳이 있을 필요가 있나


트렌드는 꼭 필요하다. 트렌드는 중요하되 거기에 자기의 개성을 찾고 가미하라는 것이다. 엄마가 입던 옷을 리폼해서 입어봐라. 대신 그 시대의 감각과 시대상과 잘 맞아야 한다. 또 소품이나 양말을 조금씩 믹스해서 입는다던지 하는 방법도 있다.

박정은 학생 일반 대학생들의 경우,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벅찬 면도 있다.


대학가 앞이야 말로 패션의 천국이다. 옷가게가 밥 집 다음으로 제일 많을거다. 우리 때와 다르게 값싸고 질 좋은 옷이 더 많아졌고 손쉽게 구할 수도 있다. 또 과거엔 쇼핑의 유일한 통로가 동대문 하나였다면 요즘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해 창구가 다양하다. 요즘에는 SPA 브랜드도 많아져서 선택의 폭이 넓다. 일반인 중에서도 옷 잘 입는 사람 정말 많이 봤다. 특히 남자 멋쟁이들이 정말 많다.
 

여자를 위한 악세사리는 많은데 남성을 위한 악세사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건 취향에 따라 다르다. 배꼽부터 귀까지 뚫는 특이한 애들은 홍대 앞에 있을거고 클래식한 패션을 즐기는 사람들은 유명 백화점의 명품관을 갈거다. 
나 같은 경우는 옷을 심플하게 입고 모노톤으로 입는 걸 즐긴다. 악세사리라고 하면 단순하게 시계랑 팔찌하나로 액센트를 주는 정도다. 특히 뱅글 모양의 팔찌를 좋아하고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것이 나만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옷을 많이 사고 싶은데 대학생이다 보니 돈이 넉넉하지 않다


요즘 동네에 있는 헌옷수거함을 봐라. 예전처럼 옷이 떨어져서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돈이 많건 적건 옷이 떨어져서 못 입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아주 호화롭게 명품백을 산다던지 이런 것이 아니라면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정도의 패션은 자기 용돈에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싼 옷을 많이 사는게 좋은가 아니면 비싼 옷을 하나 사는게 좋은가


아이템에 따라 다른데 기본적으로 베이직한 블랙 자켓은 좋은 걸로 사라. 여름 그래픽 티셔츠나 트렌디한 얇은 벨트 등은 SPA브랜드에 싸게 파는 것이 많으니 싼 것으로 사는 게 낫다.


대학생들은 소비자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케이스에 따라 다르지만 명품으로 무장한 친구가 있는 반면 SPA브랜드만 입는 친구들이 있다. 스타일링 부분에서 봤을 때 명품을 입는 것이 옷을 잘 입는다고 보는가


그건 전적으로 뇌구조에 따라 다르다. 진짜로. 지금 내가 입은 옷 중에 브랜드 티 나는 거 있으면 하나라도 말해봐라. 솔직히 다 브랜드지만 나는 브랜드 티 나는 것을 안 좋아한다. 반면에 로고가 많이 박혀있어서 브랜드 티를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시욕이 넘쳐서 남들이 봐주기를 원하는 사람, 은근한 과시욕이 있는 사람, 퀄리티로만 느껴져서 본인만 알고 즐기는 사람 등 다양한 부류가 있다.

    명품 입어야
    옷 잘 입는 것인가


옷을 잘 입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문가들과 일반인의 패션에 대한 시각이 다를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일반인들도 패션 전문가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전문가보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더 많이 봤다. 패션을 전공하는 몇몇 애들을 볼 때 ‘옷을 왜 저렇게 입을까’, ‘저건 범죄다’ 싶을 때가 있다. 의욕만 넘친거다. 패션 전문가라고 옷을 다 잘 입는 것은 아니다. 근데 패션 쪽에 종사하지 않지만 패션을 즐기는 사람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패션 피플이 정말 많다. 감각도 있고 옷 입는 걸 즐기고 패션 자체를 즐기는 거다. 패션은 누구든지 즐기고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패션 감각에는 선천적인 것도 있다고 보는가


타고난 건 분명 있다. 패션은 다이아몬드와 같아서 타고나는 캐럿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타고나도 연마하고 다듬지 않은 다이아몬드는 의미없이 굴러 다니는 유리돌에 불과하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계속 연습하고 연마해야 한다. 그래야지 그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찾을 수 있다. 잡지 보면서 따라해봐라. 여러 번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몸매나 외향적인 조건이 패션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특히 요즘 여자 옷은 너무 작게 나오는 것 같다. 일반인을 배려하지 않고 연예인 기준에 맞춰 그 기준을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옷은 사이즈 별로 나온다. 같은 옷을 입어도 누가 입으면 예쁘고 누가 입으면 안 예쁜 것은 제대로 못 갖춰 입어서 그런거다.
흔히 몸매가 빈약한 사람들이 큰 옷을 입으려고 한다. 큰 옷을 입으면 젓가락 같아서 오히려 더 보기 싫다. 마른 체형일수록 딱 맞게 입어야 한다. 뚱뚱한 사람들은 반대로 또 너무 딱 맞게 입어서 문제다. 적당히 입어야 한다. 자기 것을 잘 찾아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남자가 하이힐을 신은 걸 본 적이 있는데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어색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남자가 하이힐을 신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기 남자친구가 하이힐 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여자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아마 없을거다. 남자에게 하이힐은 당연히 어색하다. 프런코에서 그 애는 자기 캐릭터를 위해서 한번 튀어보려고 신은 거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통념도 어느 정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것도 패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발레리노를 본 적이 있나. 거기서 개그맨들이 입고 나오는 옷이 바로크로크 시대 때는 평상복이었다. 그렇게 딱 달라붙게 입어야지 멋있다고 칭찬받았다. 지금 그러고 다녀봐라. 사람들이 비웃는다. 시대에 맞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사람의 문화나 역사가 변하면서 패션도 함께 변한다. 사람의 심리와 뇌구조가 바뀌는 것과 같이 패션도 똑같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서서히 바뀌고 있다.

  입고 입고 
  또 입어봐라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한 가지 아이템으로 여러 가지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스타일링을 다르게 하기가 어렵다. 매일 입던 옷과 소품을 그대로 입는 경우가 많다.


나는 색이 비슷한 옷이 많다. 남들이 볼 때는 똑같은 옷을 자주 입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앙드레김 선생님도 하얀 색 옷만 엄청 많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똑같은 바지만 열 벌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본인 하기 나름이다. 정은 학생은 한 가지 아이템으로 많이 활용하기를 바라는 것이고 다른 사람은 비슷비슷한 스타일로 자기만의 룩을 보이게 하고 싶은 스타일인거다.


평소 로맨틱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 하지만 잘못 입으면 유치하게 보일까봐 걱정된다. 그 중간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건 경험해 봐야한다. 내가 얘기해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 21살이라고 했나? 한참 멀었다.
옛날에 홍길동은 100번, 200번씩 물동이만 지고 나르면서 체력단련을 했다. 그래야지 뭐라도 될 수 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 어머니께서 제일 처음하신 말이 백화점에 정장을 맞추러 가자는 것이었다. 그때 그 말씀을 듣고 상당히 의아했었는데, 대학생이라면 고등학생 때보다 더욱 포멀하게 입어야 하는 것인가. 그 나이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연령대에 맞는 스타일보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보이고 싶어한다. 10년씩 어려보이는 것이 소망이고 앞으로도 그건 더 극대화 될 거다. 평균 수명도 더더욱 높아지는 상황에서 늙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부모님이 정장을 사준 건 대학에 입학한 것을 축하하는 맥락에서 사주신 것이다. 우리가 대학 갈 때는 만년필 사준다고 했다. 항상 시대마다 다르다.
나이에 맞게 옷을 입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게 보이는 룩을 추구하고 있는 추세다.


정소윤 기자 abc@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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