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켓 현상을 말하다
프리마켓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단순히 장터의 역할만 했다면 이제는 예술가 취업난의 대안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프리마켓이 변화하는 현상과 더불어 변화를 주도하는 몇 가지 프리마켓을 소개한다.

 

프리마켓, 대안을 제시하다

 

 문화의 태동은 대부분 소수의 관심에서 비롯됐다. 프리마켓 역시 마찬가지다. ‘프리마켓’이라는 문화에서 소수자 역할을 맡은 이들은 2002년 당시 홍대·신촌 일대에서 활동하던 문화기획자들이었다. 프리마켓의 시조인 홍대 프리마켓을 기획한 이들은 다수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선구자 역할까지 맡았다. 그러나 다수의 관심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었다. 홍대일대에 숨어있던 예술가들과 대중의 교류를 목적으로 생겨난 프리마켓. 그러나 싼 가격이 ‘프리마켓=벼룩시장’이라는 오해를 낳은 화근이 되고 말았다. 10주년을 맞이한 프리마켓이 이제는 본래 목적을 되찾으려 한다. 벼룩시장도, 중고시장도 아닌 창작행위가 펼쳐지는 본연의 목적을 되찾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서서히 프리마켓을 변화시켜 놓고 있다.  
 

신진작가의 대안공간이 되고 있다
 예술가 지망생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해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배출되는 반면에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갤러리와 디자이너샵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정다운 강사(디자인학부)는 “경쟁률이 높아 디자인을 전공하고도 디자이너가 되기 힘들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대안적인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프리마켓이다. 자신을 대중에게 알리고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이점과 동시에 판매도 가능하다는 점이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고객을 직접 만나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프리마켓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대안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프리마켓으로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있다. 프리마켓은 시작할 때만 해도 숨어 있는 예술가들을 세상으로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세상으로 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프리마켓이 이런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은 중고품과 창작품을 함께 판매했다. 중고품을 판매할 수 있기에 상업적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여든 것이다. 일상예술창작센터의 이슬 팀장은 “현재는‘작가등록'을 통해 본래의 취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숲프로젝트 ‘가든 아트마켓’ 역시 신진작가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가든 아트마켓은 서울문화재단과 협력함으로써 참가비 없이 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문화숲프로젝트의 김유정 대표는 “전공공부를 마친 후 사회에 나왔을 때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프리마켓의 취지를 드러냈다.

소비문화를 생산문화로 바꾸고 있다
 현재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는 소비문화에 치중해있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는 것이 현대인이 향유하는 문화의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화생산을 담당하는 이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소비문화만 즐길 수밖에 없는 문화적 객체가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프리마켓은 이런 구조를 타파하고 있다. ‘창작품’이라는 제한을 둠으로써 프리마켓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창작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프리마켓을 방문한 고객들 역시 현장체험을 통해 직접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가든 아트마켓의 경우 ‘체험존’을 통해 생산문화에 기여하고 있다. 프리마켓 방문객이 직접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품을 자신의 손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이는 생산의 어려움을 알 수 있게 함으로써 프리마켓 상품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일상예술창작센터의 이슬 팀장은 “소비자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 또한 생산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구매가 또 다른 창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들의 소비를 통해 신진 작가가 다른 창작품을 만들어 생산문화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프리마켓의 역할을 통해 소비자들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에는 상품의 가치와 어떤 효용성을 줄 것인가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상품을 생산한 사람들이 어떤 처지에 있고 그 사람들이 공정한 이익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소비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작가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시장에 갓 진출한 신진작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기호를 파악하는 일이다. 자신의 취향과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트렌드만으로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작가들에게 직접 고객의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장이 바로 프리마켓이다.
 복합문화공간 데일리프로젝트의 ‘선데이 프리마켓’은 작가와 대중의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선데이 프리마켓은 무색의 성격을 띤다. ‘장사’를 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가 어떤 물품을 가지고 판매를 해도 괜찮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으로 인해 선데이 프리마켓은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판매가 목적이 되기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며 그것을 작품에 반영하는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든 아트마켓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든아트마켓에 참가한 이주현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만들어서는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대중의 반응, 그리고 냉정한 평가를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점이 프리마켓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프리마켓, 궁극적 대안은 아니다 
 신하림 강사(디자인학부)는 “프리마켓을 통해 신진 작가들이 수익을 얻으면 그 자리에서 안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프리마켓의 단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이러한 이유로 프리마켓은 예술가들이 다른 곳으로 취업할 수 있는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다운 강사(디자인학부)역시도 동일한 의견을 드러냈다. 그녀는 “창의적인 과제를 수행해야 할 작가들이 판매를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수익에 집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로잡습니다
1745호 12면‘1907년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1908년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정정보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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