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확인과정 및
승인절차 없이 ‘원터치’로 해결


중앙대 생리공결제 신청방법은 간단하다. 포털에 접속해 출석인정신청 메뉴를 클릭한다. 결석한 날짜를 선택한 후 신청버튼을 누르면 된다. 별도의 확인과정이나 승인절차 없이 ‘원터치’로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중앙대 생리공결제 신청방법은 실제로 생리통을 겪는 학생에겐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그러나 생리공결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도덕성이나 양심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남용을 조장할 수 있다. ‘클릭 한 방’을 위한 2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은 개인의 양심을 돌아보기엔 너무나 짧다. 교무지원팀 최미경 주임은 “생리공결제를 처음 도입할 때 진단서를 첨부하는 방식도 고려했지만 통증의 정도를 판가름할 기준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도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청뿐만 아니라 출석 승인 철자도 간편하다. 출석인정서를 출력해 교수에게 제출하는 것이 전부다. 교수에겐 출석인정여부를 결정할 재량권이 없다. 최미경 주임은 “학칙상으로는 출석인정 여부에 대한 교수의 재량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주임은 “교수가 출석을 인정해 주지 않아 항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며 “교수에게 직접 전화해 출석을 인정하도록 처리했다”고 말했다.
명시되어있는 학칙 때문에 곤란한 것은 교수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청한 교양학부의 A교수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끼리 생리공결제를 동시에 제출하기도 한다”며 “학칙이기 때문에 출석을 인정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고 밝혔다.
중앙대와 생리공결 신청방법이 유사한 학교로는 고려대와 연세대가 있다. 고려대는 ‘유고결석출석인정제’를 이용해 여학생들의 편의를 봐준다. 고려대는 문서 출력 없이 인터넷으로 출석인정을 요청한다. 그러나 무조건 출석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고려대 학적수업지원팀 교직원은 “출석인정 여부는 전적으로 교수재량이다. 담당교수가 출석을 인정하지 않아도 반발할 수 없어 학생들이 공결제를 신중히 사용한다”고 말했다. ‘생리결석’ 제도를 운영중인 연세대 역시 출석 인정여부를 교수의 재량으로 두고 있다. 연세대의 ‘생리결석’ 신청 방법은 중앙대와 동일하다.
반면 한양대는 중앙대와 동일하게 교수가 출석을 인정할 것을 학칙으로 두고 있다. 대신 절차를 엄격히 한다. 한양대는 인터넷으로 생리공결제를 신청 후 의사소견서, 진단서, 진료확인서 중 하나를 첨부해 양성평등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한양대 양성평등센터 직원은 “수기로 된 증빙서류는 받지 않으며 진단명에 ‘월경통’ 혹은 ‘생리통’이라고 정확히 명시된 서류만을 받는다”며 “증빙서류는 한 학기에 한 번만 제출하면 된다”고 전했다. 교수의 재량을 허락하지 않는 대신 절차를 엄격히 해 남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중앙대는 생리공결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공결을 한 달에 한 번 신청하도록 제한을 두었다. 하지만 월 별로 신청기간의 제한을 두다 보니 학생들이 남용할 수 있는 틈이 벌어졌다. 이 달 말에 사용하고 내 달 초에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월경 주기와 무관하게 공결제를 남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타 대학은 신청기간의 제한을 ‘월’이 아닌 ‘일’에 둔다.
한양대는 생리공결제를 사용하면 20일 이내에 다시 사용할 수 없다. 연세대 역시 3주 이내에 생리공결 반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평균 여성의 월경 주기를 고려해 ‘일’ 수를 기준으로 신청기간에 제한을 둬 최소한의 남용을 막자는 의도다.
중앙대는 2006년 2학기 생리공결제를 국내 대학 최초로 실시 했지만 제도의 사용 방법이나 승인 절차 등을 단 한 차례도 갱신하지 않았다. 이에 많은 학생들은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김지민씨(영어영문학과 4)는 “현 제도가 너무 편리하다. 남용을 줄일 수 있는 약간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민근씨(철학과 4)도 “생리공결제가 폐지되어선 안되지만 제도는 반드시 보완되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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