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휴일에는
사용자 두배로 뛰어

  중앙대는 2006년 국내 대학 최초로 생리공결제를 도입했다. 올해로 생리공결제가 시행된 지 5년째다. 초기부터 제기되어 온 남용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생리공결제는 제도의 특성상 당사자가 ‘그렇다’고 하면 믿어줄 수밖에 없다.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신뢰가 담보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생리공결제를 이용하고 있는 여학생중 상당수가 남용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통계자료가 나타내는 수치도 남용실태를 뒷받침한다.  
 

  생리공결제 이용자는 도입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도입 첫 학기인 2006학년도 2학기에는 전체 여학생 중 신청자 비율이 39%(여학생 10,072명 중 3,87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학년도 1학기에 52%(여학생 10,789명 중 5,702명), 2009학년도 2학기에는 62%(여학생 9,720명 중 3,692명)가 신청하는 등 계속해서 사용자가 늘어났다. 지난학기에도 한 번 이상 생리공결을 신청한 경험이 있는 여학생이 63%(여학생 10,224명 중 6,46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가 증가한 것은 생리공결제가 널리 인식되고 정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남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상훈 교수(중앙대병원 산부인과)에 따르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생리통을 겪는 사람은 전체의 15%내외다. 이상훈 교수는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75%정도의 여성은 생리기간에도 수업을 듣거나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고려한다면, 일부 학생이 본 취지와 맞지 않게 생리공결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이 생리공결제가 종종 남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근씨(철학과 4)는 생리공결제를 악용하고도 당당했던 여학생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강민규 씨는 “다같이 술을 마시고 결석을 했는데 한 여자친구만 생리공결을 신청해 출석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유아교육과 A씨도 “놀러가느라 결석을 했지만 출석점수가 걱정돼 생리공결을 신청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통계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생리공결 신청자는 휴일을 전후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0학년도 1학기 하루 평균 생리공결 신청자는 189명인데 반해 어린이날(5월 5일)을 기준으로 전날(5월 4일)에는 335명, 다음날(5월 6일)에는 379명의 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했다.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석가탄신일(5월 21일) 전날(5월 20일)에도 평소보다 많은 238명의 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했다.
 

  2011학년도 1학기도 비슷하다. 해당학기의 하루 평균 생리공결 신청자는 194명이었다. 하지만 어린이날 전날에는 308명, 그 다음날에는 371명의 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했다. 5월 9일에는 무려 477명의 학생이 생리공결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 날은 월요일로 주말과 석가탄신일(5월 10일)의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끼어있었다. 박은진씨(문예창작학과 2)는 “휴일이 있는 달에 생리공결제를 아껴뒀다 사용한 적이 있었다”며 “평소 생리공결제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연휴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15일 이내의 간격을 두고 공결을 신청한 것도 남용을 의심해 볼만하다. 보통 여성의 생리주기가 21~35일이기 때문이다. 2010학년도 1학기의 경우 4번의 공결을 모두 사용한 학생은 총 623명이다. 그 중 310명이 15일 이내에 생리공결을 두 번 사용했다. 2010학년도 2학기에는 692명 중 315명이, 2011학년도 1학기에는 639명중 356명이 15일 이내에 생리공결을 두 번 사용했다. 한 학기에 4차례 공결제를 사용한 학생 중 절반이 생리공결제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경영학부 B씨는 “달이 다르면 연달아 신청할 수 있는 허점을 악용한 적이 있다”며 “주말을 끼고 있는 말일을 전후해 생리공결을 신청하고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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