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개강한지 벌써 4주가 지났다. 이번 학기 등록금 고지서에는 여전히 ‘3,486,000’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숫자가 찍혀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지난 6월, 서울 도심은 “반값등록금 실현하라”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수만명의 학생들은 강의실이 아닌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광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옆 자리에 앉은 동료학생, 시민들을 바라보며 희망을 키워갔다. 한번이라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찾아온 기말시험과 여름방학은 달아오른 등록금 이슈에 찬물을 끼얹었고 유달리 길었던 장마에 촛불은 꺼져만 갔다. 그렇게 학생들은 강의실로, 도서관으로, 아르바이트 장소로 돌아갔다.
 

또한번 ‘3,486,000’으로 시작된 2학기. 불철주야 서민들의 등록금 부담을 걱정한 교육과학기술부는 ‘소득별 차등등록금’이라는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무려 2조 2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소득 하위 70%의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평균 22% 이상 줄이겠다는 것이다. 아직 대학들은 7500억원의 예산을 차출할 계획이 없지만 말이다. 아참, 평균 ‘B학점 이상일 경우’라는 조건이 빠지지 않았다.
 

교육부의 안을 바라보는 학생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반값 약속하지 않았냐”와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하지만 두 부류 모두 대학생이 감당하기 힘든 숫자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개강 직후 주변대학들은 다시한번 등록금 이슈에 불을 지피고 있다.
 

최근 등록금 이슈에서 중앙대는 찾아볼 수 없다. 본·분교 통합이다 구조조정이다 말이 많지만, 등록금에 관해서 만큼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주변대학들은 동맹휴업이다 거리수업이다 말 많지만 1만 3천 의혈학우들은 ‘조용히’ 강의 듣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알바하고 있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3,486,000’을 감당하다 등골 빠진 학생들이야 그렇다 치자. 지난 3월 학우들을 위해 발로 뛰겠다던 총학생회는 “교과부는 돈도 없고 힘도 없다”고 말하는 교과부 장관 면담 외에 등록금 이슈에 참여할 계획은 없고, 앞으로도 없어 보인다.
 

총학생회가 등록금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못하는 것은 학생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학생집단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의 우려가 가장 클 것이다.
 

물론 학우들의 지지를 통해 당선된 학생회인 만큼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의제를 설정하고 학생들을 선도하는 것 역시 총학생회의 역할임을 잊어선 안된다. 애석하게도 지금 총학은 자기 소신 없이 학생들의 말에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3,468,000’을 감당하는 학생들은 ‘딴짓’할 겨를이 없다. 총학생회마저 손놓고 있다면 다음학기 등록금은 그대로이거나 더 불어나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1만 3천 의혈학우들은 ‘3,486,000’을 짊어지느라 목소리 낼 틈조차 없는 자신을 대신해 앞장설 총학생회를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소개팅이나 F1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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