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인 당신. 강의실에서의 흡연은 상상도 할 수 없기에 안핀다. 복도에서의 흡연도 지성인으로서 할 수 없는 행위기에 안핀다. 그러나 건물 밖으로 나오면? 애매하다. 당신은 분명 재떨이가 있어서 담뱃불을 붙였는데 뒤통수가 따갑다.
비흡연자인 당신. 만약 강의실에서 흡연자를 본다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릴 수 있겠다. 만약 복도에서 흡연자를 본다면 거침없이 욕을 해줄 수 있겠다. 그러나 건물 입구의 흡연자라면? 애매하다. 실외공간이긴 하지만 당신의 코로 들어오는 연기는 괴롭다.
이처럼 담배 한 개비 때문에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하루에도 몇 번씩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재 서울캠은 모든 건물 주변에 1개 이상의 재떨이가 비치돼있다. 보통 건물 입구마다 한 개의 재떨이가 있다. 본관은 건물 양 옆으로 2개, 법학관 주변엔 3개, 도서관 주변엔 4개다.
건물 주변뿐만 아니라 건물에서 건물로 가는 길에도 재떨이가 쉽게 보인다. 학생회관에서 의대로 가는 짧은 길에도 재떨이 4개가 비치돼있다. 문과대와 도서관을 오갈 수 있는 비탈길에는 재떨이가 15개나 있다. 흡연자는 벤치에 편히 앉아 한 팔을 뻗어 재를 털지만 옆 벤치에 앉은 비흡연자는 코를 막고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흡연자의 경우 재떨이가 있기에 담배를 피지만 비흡연자의 입장은 다르다. 공식적으로 명시된 흡연구역이 아니기에 서로가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는 광장역시 사정은 같다. 해방광장엔 1개의 재떨이가 있고 중앙마루엔 각 벤치마다 6개의 재떨이가 있다. 얼마 전 개관을 한 102관의 광장도 아직 재떨이만 없을 뿐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언제나 공존한다.
이처럼 캠퍼스 곳곳에 많은 재떨이가 놓여져있지만 ‘흡연’ 표시는 찾기 힘들다. 건물 안은 확실한 금연이지만 건물 밖은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어 참으로 애매하다. 흡연자 김우람씨(사진학과 1)는 “공식적인 흡연구역이 없어서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흡연자 박나래씨(정치외교학과 3)도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이 명확히 정해지면 서로가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뜨는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은 이렇게 외친다.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십니까잉? 우리들만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잉~”
맞는 말이다. 야외에 비치된 재떨이 옆에서 담배를 핀다한들, 쇠고랑을 차지도 않고 경찰 출동도 안한다. 그러나 점차 많은 학생들이 아름다운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약속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