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참을 수가 없다. 점심 먹고 나오니 가을볕이 좋다. 이 타이밍에 한 대 피워야한다.
 학내 모든 건물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흡연자들은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황종원씨(국어국문학과 4)는 “5년전만해도 서라벌홀 내에서 담배를 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건물에 ‘금연’ 표시가 붙어있긴 했지만 건물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는게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의식이 개선되며 건물 안의 흡연자들이 점차 줄었고 어느새 건물 내에선 금연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로 변했다. 흡연자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사회적 분위기도 금연을 권장하는 쪽이었고 조금 번거롭긴해도 계단만 내려오면 바로 앞에 재떨이가 있기 때문이다. 황종원씨는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건물내 금연은 흡연자들이 따라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건물 주변에서 재떨이를 쉽게 찾을 수 있어서 흡연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설치된 재떨이 앞에서도 당당히 담배를 필 수 없다는 것이다. 곳곳에 비치된 재떨이 옆에서 담배를 피지만 흡연자 곁을 지나는 비흡연자들의 구겨진 미간만큼이나 흡연자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재떨이 옆에서 흡연을 해도 비흡연자들의 눈총에 물에 밥 말아 먹듯 담배를 급하게 피우고 자리를 떠야 하는 괴로움이 있다. 소위 ‘길빵’이라고 불리우는, 길에서 담배를 피는 행위는 흡연자들조차 혀를 내두르지만 엄연히 학교에서 설치한 재떨이가 아닌가. 재떨이 옆에서 담배를 피면서도 눈치를 봐야하는 흡연자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박제상씨(국어국문학과 1)는 주로 문과대 옥상에서 담배를 핀다. 문과대 옥상은 암묵적 흡연공간이다. 박제상씨는 “담배를 피다가도 비흡연자가 옥상에 올라오면 눈치가 많이 보인다”며 “비흡연자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담배를 피려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배석용씨(공공인재학부 2)역시 지나가는 비흡연자의 한마디에 기분이 상했던 경험이 있다. 분명 재떨이가 놓여진 구역에서 흡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비흡연자의 “아, 냄새” 이 짧은 한 마디에 괜시리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배석용씨는 “법학관 베란다처럼 비흡연자가 잘 오지 않는 곳은 상관없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오고가는 곳에서 흡연을 하다보면 기분 상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당히 놓여져있는 재떨이 옆에서 흡연을 해도 흡연자들은 당당할 수 없다.
 비가 오는 날이면 흡연자들은 흡연을 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한손엔 우산, 한손엔 담배다. 우산과 담배만 들고 있으면 모른다. 무거운 책이나 가방을 들고 있으면 담배 피우는 것도 은근히 일이 된다. 결국 흡연자들은 불편함을 덜기 위해 이 곳 저 곳 적당한 장소를 찾아본다. 김우람씨(사진학과 1)는 “특히 비오는 날엔 비 피할 장소를 찾아가야해 불편하다”며 “건물 입구가 비를 피하기 적당하지만 비흡연자들이 워낙 많이 오가는 장소라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김우람씨는 비를 피할 수 있고 비흡연자들의 이동이 적은 곳을 찾아 담배를 피운다.
 강의 중반, ‘10분만 쉬었다 하자’는 교수님의 말에 담배를 피우러 내려온 흡연자들은 주위를 둘러본다. 해방광장에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비흡연자들이 보인다. 라이터를 끄고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도서관 비탈길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학생들 사이 벤치 하나가 비었다. 벤치에 앉아 담배 연기를 내뱉는 순간 들리는 소리. “아, 담배냄새” 귀에 박히는 소리에 아직 반도 못핀 장초를 재떨이에 끄고 다시 건물로 들어간다. 좁디좁은 캠퍼스에서 두 발 뻗고 담배를 피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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