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 바퀴를 날아온 특별한 두 소녀가 중앙대에 떴다. 케냐에서 온 밀라이(24)와 보츠와나에서 온 레타(20)가 바로 그 주인공. 두 소녀는 이번 학기 교환학생 중 유일한 아프리카 학생이다. 밀라이는 케냐에서 공부했던 체육교육학을 한국에서도 똑같이 전공으로 선택했고 레타는 신문방송학을 선택했다.
국가도, 피부색도, 언어도 모두 다르지만 손톱에 매니큐어 바르길 좋아하고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에 흠뻑 빠지는 것은 한국의 여대생과 꼭 닮았다. 지난 9일 환한 웃음이 아름다웠던 그녀들을 서울캠 교정에서 만났다.


- 요즘 한국 생활은 어때요?
(밀라이) 학교 수업을 듣고 남은 시간엔 서울 곳곳을 구경해요. 반포한강공원을 갔었는데 분수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명동에서 길거리 쇼핑도 했어요. 온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한국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레타) 수업은 대체로 괜찮은데 숙제가 많고 읽을 게 많아서 조금 어려워요. 한국어 수업도 들어요. 오리엔테이션에서 가나다를 배우고 바로 다음 시간에 퀴즈를 낸다고 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 특별히 한국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밀라이) 케냐엔 미 대륙을 가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아요. 아무래도 쉽게 가지 못하니 그런 것 같아요. 아프리카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을 가려면 아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자를 발급받기가 쉽지 않아서 대부분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 해외에 나가서 공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갈 수 있는 곳이 아시아 뿐이었어요. 한국, 중국, 일본 중 가장 먼저 저에게 손을 내민 곳이 바로 한국, 중앙대였어요.
(레타)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금잔디, 구준표 때문이에요(웃음). 농담이고요. 한국행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들 때문이긴 하지만 보츠와나에서 중앙대의 이미지가 가장 좋았어요.
- 한국에 대한 첫 느낌은 어땠나요
(밀라이) 사실 케냐에는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저도 기술적으로 발달된 나라라는 정도만 알았어요. 처음엔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고 해산물을 먹는다는 말에 놀랐어요. 저희는 개고기나 해산물을 잘 안 먹거든요. 제가 한국에 가게 됐다니까 주변 사람들이 한국에 가면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북한과 항상 전시상태에 있는 줄 아는 사람들도 많아요.
케냐에서 한국인 친구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 한국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인종차별도 심하게 할 거라고 해서 겁을 먹었어요. 하지만 막상 한국인을 만나보니 저에게 모두 긍정적이고 먼저 관심을 보여줬어요. 오해란 걸 알았죠. 이제 무섭지 않아요.
- 현지 학생들의 생활은 어떤가요
(밀라이) 케냐 대학생들은 콘서트를 즐겨요. 클럽도 자주 가구요. 1년 내내 날씨가 좋아서 학교 수영장에서 수영도 실컷 하면서 휴일을 보내요.
(레타) 보츠와나에선 파티가 자주 열려요. 학교 안에서도 파티를 하고 길 가다가 어느 집에서 하우스파티를 하고 있으면 모르는 집이라도 일단 들어가서 같이 놀아요. 그렇게 놀다 보면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엄청 큰 파티가 돼요. 생각만 해도 신나요.
- 케냐, 보츠와나는 연애에 자유로운 편인지 궁금해요. 캠퍼스 커플도 있나요?
(밀라이) 있긴 있는데 한국처럼 심각하진 않아요(웃음). 한국에는 여자친구 없는 남자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같이 수업을 듣고 손잡고 다니더라구요. 
(레타) 보츠와나에도 있어요. 그런데 캠퍼스 커플이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자유롭진 못해요. 요즘엔 규제가 조금 풀린 편이지만 사람들은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쇼핑몰에 가야 커플들을 종종 볼 수 있더라구요.
- 한국 학생들은 학점과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 편인데요. 아프리카 학생들은 어떤가요?
(밀라이) 케냐에서는 제일 높은 A등급부터 C등급까지 등급을 매기는 식으로 성적이 나와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지만 입시 경쟁률도 높고 많은 학생들이 좋은 등급을 받고 싶어해서 경쟁은 심한 편이에요. 요즘은 인구증가율이 높아져서 취업하기도 조금 힘들어요.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도 점차 많아지고 있어요.
- 아프리카에서 각광받는 직업은 무엇인가요
(밀라이)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은 은행원이에요. 케냐에서 은행의 신뢰도가 굉장히 높아서 임금도 많이 받고 고용도 안정적이예요.
(레타) 인문사회계열보다 이공계열이 인기가 많아요. 사람들은 인문사회계열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공계열 학생들은 직업 을 갖기가 수월한 편이에요. 과학자, 경영인, 엔지니어 등이 각광받아요.
- 한국에 있는 동안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밀라이) 눈을 보고 싶어요. 눈 내리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한국은 사계절이 있다고 해서 너무 좋았어요. 곧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린다고 생각하니 설레요.
(레타)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어요. 특히 제주도를 꼭 가볼 거에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어요(웃음).
- 한국에 와서 무엇을 얻어가고 싶어요? 목표가 있을 것 같아요
(밀라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제가 케냐로 돌아갔을 때 외국에 나가 무언가를 배워왔다고 보여주고 싶거든요.
(레타) 보츠와나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열의가 높은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중앙대 학생들은 뭐든지 열심히 하더라고요. 수업도 열심히 듣고 연애도 열심히 해요. 내가 보츠와나로 돌아갔을 때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중앙대 학생들의 열기를 제 친구들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어요.
글·사진 강나라 기자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