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로 동쪽으로 넘어갔으나 서쪽으로 내동댕이쳐진 비어만의 인생은 그의 문학을 가릴 정도로 드라마틱했다. 동독에서는 기형적인 현실사회주의의 저항자였으며 서독에서는 자본주의의 폐단을 비판하는 반항아였다.


베를린 장벽은 비어만을 시험에 들게했고 그의 문학은 그곳에서 꽃을 피웠다. 하지만 비어만의 정치적 아우라는 그가 꽃피운 문학을 에워싸며 그의 시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장벽 위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의 저자 류신 교수(유럽문화학부 독어독문학과)는 말한다. ‘비어만 신화가 대상으로서의 비어만 문학을 도둑질한 결과’라고. 이 책은 도둑맞은 비어만의 문학을 조명한다.


하지만 비어만의 문학은 그의 인생에서 온전히 분리될 수 없다. 문학이야말로 비어만의 정신이 오롯이 발현되어 그 실체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어만의 인생에 얽힌 사회적 격변과 그의 문학은 양분되지 않는다. 동·서독 어디와도 타협하지 않는 비순응주의와 정치와 미학의 접선, 장르에 선을 가르지 않으며 전통적인 것을 주저 없이 차용하고 패러디하는 대담한 태도에서 비어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얼핏 이 책은 비어만을 둘러싼 맥락을 추적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2부에서 사상적 계보를 좇는 모습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은 비허만의 텍스트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조리한 세계와 관계한다. 역으로 그를 둘러싼 세계는 그의 강인한 텍스트와 끊임없이 관계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의 꼬리를 끊임없이 무는 그의 인생과 문학을 탐구하는 것은 각별한 애정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저자인 류신 교수는 과거 비어만과 마주한 적이 있다. 비어만과의 대담을 나눈 후 6년 만에 출간된 이 책에서는 그의 깊은 시선을 감지할 수 있다. 그의 시선이 인문학적 소양과 문학적 통찰을 통해 정제되어 『장벽의 위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이 저술된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제 3부 ‘저항의 노래, 노래의 저항’에는 비어만 공연리뷰와 비어만과 류신 교수의 대담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부분은 언뜻 부록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 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벽의 위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은 ‘비어만 평전’, ‘비어만 문학비평’을 넘어 더 구체적으로 ‘비어만’에게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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