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참을 수가 없다. 피우지도 않는 담배연기를 매일같이 마시는 것은 정말 괴롭다. 
 

  중앙도서관 앞 벤치는 언제나 흡연자가 갑이다. 공부하다 한숨 돌리러 나온 비흡연자는 마땅히 앉을 곳을 찾기가 어렵다. 한사람 피고 들어가면 또 한사람 나와서 피고. 벤치 근처에는 담배연기가 끊이지 않는다. 흡연자의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간의 거리를 두어도 바람에 날리는 연기를 어쩔 수는 없다.
 

  쉬려고 나왔던 비흡연자는 더 피곤해진다. 담배연기에 현기증이나고 흡연자들이 연신 뱉어내는 가래침에 비위가 상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떡하니 놓여있는 재떨이가 이곳이 ‘흡연가능구역’임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흡연자인 전영민씨(화학과 3)는 “담배연기 때문에 아예 도서관 벤치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서관 앞 벤치 대신에 건물 로비나 흡연자가 잘 찾지 않는 먼 벤치에서 휴식을 취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 밖에. ‘담배피우러 먼 곳까지 나가기 귀찮다’는 흡연자들을 피해 비흡연자들이 쉴만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다. 
 

  비오는 날 교양학관. 입구는 하얀 연기로 가득하다. 비를 피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혼자가 아닌 그들은 입구를 떡하니 가로막고 있으면서도 당당하다. 위축되는 것은 오히려 비흡연자들이다. 입구를 오고갈 때마다 주춤한다. “잠시만요”하고 지나가는데 숨이 턱 막힌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A씨는 “담배냄새가 정말 싫다”며 “건물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한마디 쏘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흡연자에게 대놓고 화를 내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비흡연자들이 얼굴을 찌푸리고 말 뿐이다. 금연구역으로 명시된 곳도 아니고 큰소리를 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혐연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흡연자들을 가장 화나게 만드는 것은 길을 걸으면서 피는 담배, 일명 ‘길빵’이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배려차원에서 ‘길빵’은 삼간다. 하지만 일부 비양심들은 재떨이가 없는 길에서도 담배를 피워댄다.
넓은 길은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문과대에서 아트센터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좁은 길에서 흡연자를 마주 한다면 정말 고역이다. 앞에서 걷는 사람이 내뿜는 연기가 그대로 콧속으로 들어오고, 바람에 재가 날린다. 불이 붙은 담배를 쥔 손은 위협적이다. 혹시 담뱃불에 스치지는 않을까 식겁하게 만든다.
 

  오가영씨(경영학부4)는 “재떨이 근처에 서서 피는 경우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만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과 함께 길을 걷는 경우 너무 괴롭다”고 전했다.
 

  간접흡연이 흡연만큼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면서 들이마시는 연기보다 담배가 타면서 나오는 연기(생담배 연기)가 더 해롭다. 화학물질과 발암물질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고스란히 입과 콧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희진씨(영화학과 1)는 “피우지도 않는 담배연기를 매일같이 마시고 있어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걱정”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자주 지나는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한마디 쏘아주고 싶기도 하지만 담배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난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늘도 캠퍼스 곳곳에 놓인 재떨이에서 담배연기가 피어오른다. 일부 비양심적 흡연자들은 좁은 계단과 길목에서도 무분별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들의 흡연권이 존중받는 동안에 비흡연자의 혐연권은 어디에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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