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그 사이 몇몇 일들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벌어졌다. 멀티캠퍼스 추진 계획은 하남시와 인천시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편으로는 서울캠과 안성캠의 본·분교 통합이 발표되었다. 캠퍼스 통합을 위해 또다시 학문단위 구조조정이 실시되었다. 안성캠의 상경학부, 경제학부와 서울캠의 경영학부, 경제학과가 통폐합되었다. 가정교육과는 폐과를 통보받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학우들은 뉴스를 통해 지켜보아야만 했다.


  중앙문화 60호의 발간작업 또한 방학동안 무관심 속에 조용히 이뤄졌다. 사실 좬중앙문화좭 60호는 지난 5월에 나와서 진작 학우들을 만났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학기에 우리는 교지를 발간할 수 없었다. 학교본부측이 ‘행정적인 문제’를 이유로 등록금 고지서에 표기되는 ‘교지대금’ 항목을 삭제했기 때문이었다. 두 달 동안 학교와의 지루한 밀고 당기기 끝에 총장님의 결정 덕분에 중앙문화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60호를 학우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을 학우들은 아마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앙문화 60호의 발간과는 별개로, 중앙문화는 아직 학교 본부로부터 ‘교지’라는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자치기구로서의 위상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는 12월에 있을 학칙 개편 때 논의하자며 연기되었다. 그러니까 현재 중앙대학교는 ‘교지’가 존재하지 않는 대학이다. 학교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들의 눈에 자신들의 수고를 비판하는 언론은 교지로써 존재할 가치가 없는 것일까?


  나는 지난여름, 그동안의 잉여생활에서 벗어나 바쁜 여름방학을 보냈다. 아마 대부분 학우들도 그렇게 바쁜 여름방학을 보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바빴던 탓에 멀티캠퍼스 추진 실패와 캠퍼스 통합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작았고, 힘이 없었다. 학교 본부는 통합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고 이익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당장 며칠 전에 있었던 수강신청 대란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걱정은 정말 뭘 모르는 어린아이들의 투정에 불과할까? 가정교육과처럼 조용히 사라져버리는 학과는 더 이상 없을까?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라는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정말 돌머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앙문화는 우직하게 돌머리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 지난 여름방학 내내 아르바이트, 토익공부와 각종 자격증 공부, 인턴 일을 한다고 너무 바빴던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모두들 바쁘게 달리는데 자신은 뭐하나 하는 것 없어 불안해하는 잉여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이 모든 목소리들을 모아서 전달하는, 의혈학우들의 진정한 ‘교지’가 되고 싶다.
교지 중앙문화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여러분!
 

박윤탁 중앙문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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