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品)이란 ‘사람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이며, 격(格)이란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를 의미한다. 품과 격을 합쳐 놓은 품격은 ‘격에 맞는 품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격에 맞는 행동은 품위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며, 제격인 품위는 사람이나 사물의 품격을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사회는 격에 맞지 않는 신분의 인물들이 저질러 놓은 사건들로 떠들썩하다. 교육감과 대학교수의 선거법 위반, 법인 이사장의 학원운영 비리, 가짜 장애인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현직 판사, 기자를 성추행한 국회의원 등 소위 사회지도층들의 추태는 그 도가 지나쳐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 대학 내에서도 격에 맞지 않는 사람들의 품위 없는 행동들에 의해 ‘중앙’이 ‘중대한 재앙’의 시대로 치닫게 되었다. 공개석상에서 모든 중앙인들과 한 약조를 헌신짝 버리듯이 하면서도 현재의 상황 논리만을 강변하는 책임질 줄 모르는 보직인사들. 자신들이 시도한 개혁의 결과에 대한 확신도 없이 그저 개혁만이 만사인 줄 착각하면서도 후회할 줄 모르는 인사들. 학생이나 교육에는 관심도 없이 그저 논문 수만이 훈장인 듯 착각하며 학생은 물론 동료 교수들을 무시하는 철없는 교수들. 섣부른 학사제도를 무리하게 운영하여 학생들의 희생을 요구면서도 진정으로 미안해 할 줄 모르는 학사운영 인사들. 타 단위보다 수배 이상 넓은 공간을 배정하여 교내 구성원들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도 당연한 듯이 생각하는 인사들. 중앙의 백년대계를 위한 발전계획 구축과 이의 실행에는 무관심한 채 실행불안에 떨며 그저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해 하는 소심한 인사들. 대학 본연의 정신이 현저히 훼손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하거나 그저 알량한 행정적인 지표들을 들이대며 대학이 발전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인사들. 이들 모두 우리 대학의 품위와 품격을 떨어뜨리는 격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난 해 학문단위구조조정이 완료되었고 얼마 전 서울캠과 안성캠이 통합되었다는 사실이 발표되었는데 현재 우리 대학에서는 이러한 중앙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건에 대한 소심한 물음조차에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대학에는 무엇인가 대단한 변화가 있긴 했는데 배고픈 것은 여전할 뿐이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육과 훌륭한 연구는 물론 합리적, 효율적 경영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를 위한 경영은 중요하지만 경영을 위한 교육과 연구는 있을 수 없다. 최고의 대학경영을 위해 교육과 연구 및 대학의 정신이 희생되고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작금의 논리는 ‘대들보 썩는 줄 모르고 기왓장 아끼는 격’이라고 할 것이다. 현재 우리 대학은 격에 맞는 인사들에 의한 격에 맞는 발전계획의 수립과 수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오늘도 나는 청룡연못이 바라다 보이는 연구실에서 학생들이 기운생동(氣韻生動)하여 자고현량(刺股懸梁) 할 수 있도록 정신이 살아있는 품격있는 대학으로 거듭나길 고대해 본다.

이광호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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