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불문제 연습이 시작되었다. 불문제는 불어불문과의 특색 사업으로 매년 원어 뮤지컬과 연극을 올리는 큰 행사다. 올겨울 열릴 이번 공연에서 나는 안무 감독을 맡았다. 안무를 만드는 데에 있어 플라멩코의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곡 해석과 가사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 단순히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의미에 우리의 몸짓이 닿을 수 있도록 실체적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 최종적 목표다. 부족한 능력으로 이토록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불문제가 단지 즐기기 위한 축제가 아닌 ‘불어불문학과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올해 학부제가 시행되면서 각 과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대폭 줄었다. 거의 모든 예산을 불문제에 투자하는 우리 과는 이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별로 배당되었던 예산이 학부로 통합되면서 내년부터는 불문제 존폐여부 조차 불투명하다. 구조조정의 목적이 불필요와 비효율을 줄여 각 전공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과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특색사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특색 사업은 배움의 놀이터로서, 즐거운 학문하기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각 과에서는 이러한 특색 사업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본부는 학생들의 노력에 걸맞는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과와 학교의 전통을, 학문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투자의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어불문학과 3학년 허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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