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시간표를 안고 개강과 함께 다가오는 수강 정정기간을 기다리던 8월, 난데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 8월 중앙인을 뜨겁게 달군 본분교 통합 기사였다. 본분교 통합 기사를 본 타대 친구가 내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너님 학교에 폭동일어날듯ㅋㅋ]. 무슨 헛소리냐고 대답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앙인커뮤니티에 살짝 들어가보았다. 역시나 가열찬 토론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토론이라 할 수 있을까. 한 쪽이 다른 한쪽을 공격하고 공격받은 쪽은 곧 새로운 논리로 반대편을 공격하는 그곳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서울캠 학생들은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할테고 안성캠 학생들은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거북하다. 커뮤니티에서 다툼이 가열될수록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하고 메울 길 없는 감정의 골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말머리에 달리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라는 말은 참으로 가증스러울 따름이다. 그 말은 객관적이지도, 냉정하지도 않은 자신의 변호사가 될 수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결국 양 캠 학우들이 바라는 것은 비슷하다. “졸업시엔 입학 때보다 우월한 학벌을 가지고 싶다” 가장 편리한 방법은 내가 재학하는 동안 학교가 발전하고 이른바 ‘대학서열’의 세계에서 다른 학교를 딛고 올라가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욕망은 당연하다.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불안하고 불쾌하다. 싸움의 기저에는 이러한 초조함이 짙게 깔려있다. 초조함에서 비롯된 마음은 괴물처럼 키보드를 두드리며 서로에 대한 잔혹한 비방과 멸시를 토해내고 있다.
 

 정말 ‘객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양 캠 중 어느 쪽이 이익이고 한 쪽은 아니라는 것은 맞지 않다. 유명 입시업체인 유웨이 상임이사는 이번 본분교 통합으로 양 캠 모두 상승효과를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본부측에서도 그런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누구나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학적세탁과 무임승차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학교에서 공언한 바 있다.
 

 이 정도면 적어도 어느 한 쪽이 손해보는 일이 없다. 기자가 알고 있는 한 본분교 통합을 신청한 학교는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다. 그 학교들은 재심의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학교에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무엇하러 재심의까지 받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겠는가. 오히려 기뻐해야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서울 소재의 H공대가 지금의 위상을 이룬 것은 거대한 규모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본분교 통합은 양 캠의 동시발전을 꾀하고자 함이다. 캠퍼스를 하나 더 가지고 있는 학교의 이점은 모두가 안다.
 

 양 캠퍼스는 중앙대의 지붕 아래 끝까지 함께 가야 할 존재다. 모두의 바람은 같다. 나의 모교가 더 좋은 학교가 되는 것. 그렇다면 ‘냉정하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은가. 소모적인 감정싸움이 우리에게 어떤 득이 될지 말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