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없어진다면?
  • 중대신문
  • 승인 2011.08.2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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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이 없어지면 내가 우선 곤란해진다. 대학에서 월급 받고 살아가는 내가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대학이 없어진다면’이라고 제목을 달아놓고 쫀쫀하게 개인적인 일을 걱정하는 내가 안쓰럽다. 좀 더 큰 안목으로 대학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 지 생각해 보는 것이 공부한 사람의 도리일 것 같다. 대학이 없어지면 고도의 전문 지식을 갖추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의사, 법조인, 기업인 등을 양성하는 기관이 없어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런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대학이 꼭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대학이 없어져도 병원에서 의사가 되는 훈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비 법조인들이 사법연수원에서 법률도 공부하고 연수도 받아서 법조인이 되는 것을 보면 법대가 없어져도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기업 경영인 양성 역시 기업 자체에서 사원 연수 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면 될 것이고 그런 연수기관이 없다하더라도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에 필요한 지식과 판단력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사설 영어 학원에서 영어 교육을 받는 대학생이 많은 것을 보면 영어를 잘하기 위해 대학에 다닐 필요도 없는 것 같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대학 교육이 출세에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대통령도 있었으니 말이다.


  좀 더 생각해보면 대학 교육은 쓸모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대학이지만 대학에서는 사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을 너무 많이 가르친다. 대학에서 꼭 가르쳐야한다고 해서 필수 과목으로 정해져 있던 문학, 역사, 철학은 세상살이와 별 관계가 없다.


  문학 공부를 하지 않아도 텔레비전 연속극을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역사를 몰라도 돈벌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 철학을 알면 생각이 많아져 인생이 더 힘들어지고 복잡해지기만 한다. 세상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대학공부를 한 사람들인 것을 보면 대학은 없어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마르크스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에는 마르크스주의라는 이상한 사상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레닌이 대학생 시절 마르크스가 쓴 책들을 읽지 않았더라면 공산주의 혁명도 없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걱정할 것은 없다. 대학 교육은 곧 인문학 교육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문학은 이제 대학에서 관심거리도 안 된다. 마르크스주의를 가르치는 교수도 없어졌고 마르크스가 쓴 책을 읽는 대학생도 없어졌다. 이 사회가 문제 있다고 어깃장 놓는 문제 대학생도 거의 없어졌다. 대학은 이미 없어졌거나 곧 없어질 것이다.

고부응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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