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 최종 우승자 백청강의 첫 모습은 영락없는 ‘연변 청년’이었다. 지저분한 머리, 어딘가 어색한 옷, 약간은 어눌해 보이는 연변 사투리까지. 스타를 꿈꾸는 청년의 모습이라기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는 매주 성장해가는 백청강의 모습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무대와 어울리지 않았던 연변청년은 어느새 찬란한 조명 아래에서 ‘하트브레이커’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특히 공연 중 이어폰이 빠지는 돌발상황을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엔 많은 시청자들이 ‘연예인 다 됐 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청자는 참가자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일체감을 느낀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내가 만드는 스타’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프로그램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만 아니라 응원하는 참가자를 스타로 만드는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게 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투표라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시청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 참여를 통해 시청자는 마치 미래의 스타를 발굴하는 기획사 사장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개천에서 용 나는 이야기’도 시청자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로 꼽힌다. 환풍기 설비공 출신의 허각이 <슈퍼스타K2>의 우승자로 확정되는 순간,  많은 시청자들이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가수의 꿈을 키워나가던 26세 청년의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에 열광했다. 허각의 우승은 허각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영광이 아니다. 말 그대로 ‘팬 여러분들께 돌리는’ 영광인 셈이다. 이 영광은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준다. 희망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또 다른 허각’이 되기를 꿈꾼다.
 

 시청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보통 사람’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최고가 되기를 꿈꾸게 된다. 이승조 교수(신문방송학부)는 “사회적 계층을 단숨에 뛰어넘는 인물의 등장은 시청자에게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도,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도 ‘최후의 1인’의 자리에 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는 심사위원들의 독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 이승철은 시즌 3 예선에 참가한 한 힙합그룹에게 “정신차리세요. 한국에선 껄렁껄렁한 태도를 싫어합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위대한 탄생>의 방시혁은 11세 소년 참가자에게 “동년배에 이것보다 백배 이상 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라며 냉정한 평가를 보였다. 시청자는 심사위원이 평가자와 대면한 상태에서 여과없이 내뱉는 직설적인 평가에 큰 매력을 느낀다. 신광영 교수(사회학과)는 “심사위원의 일침은 직설적 표현을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억눌려 있던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시청자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것은 뛰어난 실력만이 아니다. <기적의 오디션> 예선 현장. 어딘가 어색한 모습의 예선 참가자가 나타났다. 약간의 연기가 끝난 후, 그는 합격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동시에 대중의 관심도 한몸에 받게 되었다. 이유는 그가 가진 감동적인 사연 때문이다. 감동의 주인공은 뇌종양 수술로 시선장애를 가지게 된 손덕기씨.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는 치명적 단점을 가진 그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시청자는 ‘손덕기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시청자는 참가자의 실력 이외의 요소에 마음이 동요된다. 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자체가 내러티브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용진 교수(서강대 신문방송학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자체가 이야기적인 성격을 가지는 내러티브 장르”라며 “이야기가 있기 위해선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감동적인 이야기는 필수 소재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시청자가 감동적인 이야기에만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슈퍼스타K2>의 참가자 김그림은 시청자에게 이기적인 이미지로 비춰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한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8 준우승자 아담 램버트(Adam Lambert)는 결선과정이 진행되던 중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 후 반동성애 성향의 시청자에게 반감을 사 아깝게 우승을 놓치게 되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는 시청자의 눈길을 브라운관에 머물게 한다. 그리고 빠져들게 만든다.


이현규 기자 HGyu@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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