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봄 자유인문캠프가 지난 2일 마지막 강연을 끝마쳤다. 이번 자유인문캠프는 ‘취업공부와 스펙쌓기에 매몰된 대학에서 새로운 대학에 대해 고민한다’는 테마로 진행되었다. 대학에서 대학을 성찰하는 이 강연은 올해 화두가 되었던 반값등록금, 국립대 법인화사태 등과 맞물리며 관심을 모았다.


대단원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번 강연은 ‘위기의 현대사회와 대학’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강연자인 김누리 교수(유럽문화학부)는 “한국은 경쟁에 의한 승자독식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고 언급하며 이 사회가 거대한 전쟁터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한국자본주의가 사회에 심어둔 신화적 의식에 의한 것이다. 예컨대,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김누리 교수는 “누가 경기를 만드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극히 정치적이고 모호한 ‘경기가 나쁘다’는 말이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납득되는 이상한 현상이 한국사회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김누리 교수는 이를 신의 논리에 비유했다.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신이라는 존재를 만든 인간이 오히려 ‘피조물’인 신을 추종하게 된 역설적 상황과 다를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식은 한국사회를 총체적 지배하에 두었다. 김누리 교수는 “군사독재가 경찰과 군대를 동원하여 대학을 장악하려 했던 것과 다른 방식의 지배”라고 역설했다. 기득권층은 대학생들을 체제에 순응하는 순종적 인종으로 바꾸기를 원한다. 그간 대학생들은 사회변혁을 주도한 혁명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걸쳐 침투하는 한국자본주의의 지배는 대학에서 더욱 위험하다.


한국자본주의의 기득권층은 IMF를 기점으로 대학생들의 의식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김누리 교수는 그것을 ‘아르바이트 이데올로기’라 칭했다.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가치를 시급으로 환산하며 예비 취업생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현상이다. 예비취업생이 된 대학생은 더 이상 사회의 부조리에 반항하지 못한다. 기존 체제가 요구하는 스펙과 능력을 갖추는 일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미들섹스 대학교에서 철학과를 폐지, 교수들을 전원해고한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이 때 대학생들은 “대학은 공장이다. 파업하라, 점거하라”는 구호로 저항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의식이 잠식당한 한국에서 이러한 일을 기대할 수 없다.그렇기 때문에 김누리 교수는 “대학생들이 자유로워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로워지는 것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자유의 일부로 여기는 공식들, 대학생은 취업준비생이며 경쟁에서 승리한 자가 열매를 독식하는 일. 그러한 한국자본주의의 신화가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김누리 교수는 “노예상태에서 자유를 환상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인이 되어야한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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