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회들, 오랜 역사 속에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되어왔다. 동성 간 성행위는 신에 대한 모독이기도 했고, 도덕적 타락이기도 했으며, 정신병으로 분류되거나 범죄로 취급되기도 했다. 물론 플라톤을 위시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소년애(‘향연’을 보라)나 특정 사회에서 동성애적 행위가 만연했다는 인류학적 발견들은 동성애가 비정상적 행위가 아님을 증명하는 증거로써 제시되기도 한다. 한편, 1950년을 전후로 미국에서 발간된 ‘킨제이 보고서’는 동성애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한 남성이 전체 중 37%에 이른다고 보고하며, 동성애가 예상과는 달리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196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된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결과, 동성애를 차별하는 법을 폐지하고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들도 하나 둘씩 늘고 있다. 1989년 덴마크에서 최초로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된 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스페인, 캐나다, 영국이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했다. 수많은 정치인들과 유명인들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히는 커밍아웃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역사 속에서 이성애가 동성애보다 우위를 지켜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동성애는 왜 금기시되었으며, 20세기에 등장한 수많은 해방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고하게 ‘자연스럽지 못한’ 성적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이에 대한 가장 즉각적인 반응은 인간종의 ‘재생산’과 연결된다. 종족 보존의 본능은 모든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의 본성이기 때문에 재생산을 할 수 있는 이성애만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생산을 할 수 없는 동성애는 단지 성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일탈적 성이라고 비난받는다.


그러나 모든 이성애적 관계가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자위를 비롯한 무수한 성적 행위들도 재생산을 추구하지 않는다. 미국의 동물학자인 브루스 바게밀은 470종 이상의 동물들이 동성애적 성행위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동성애만이 자연적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로 특별히 지목되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사회는 왜 동성애를 금지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성애 중심주의’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 듯하다. 만약 동성애가 자연스럽지 못한 성이라면, 이 주장의 이면에 자연스러운 성은 이성애 뿐이라는 가정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성애는 특별한 교육 없이도 소위 정상적인 남성/여성이라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성적 본능으로 상상된다. 즉 이성애는 설명 자체가 필요 없는 섹스다. (그러나 이성애 역시 부단한 학습의 결과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성애는 성적 취향의 ‘정상’과 ‘비정상’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이렇게 이성애 중심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들의 단순한 성적 취향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 규범으로, 하나의 사회 제도로써 존재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강제적 이성애’라고 표현한 바 있다. 강제적 이성애란 이성애적 욕망을 낭만적이고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면서 다른 성적 욕망들은 병리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침묵시키는 제도화된 사회체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정상(正常)’이라는 용어는 객관적인 증거에 기반한 것처럼 보이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도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정상’이냐는 역사와 문화마다 다르게 정의된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호하기 짝이 없다. 단순히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정상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도 아니다. ‘정상’이라는 범주는 한 사회의 지배세력에 의해 정의되고 동시에 지배세력이 사회를 통제하는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이라는 범주는 여러 사회관계들의 투쟁의 장소가 된다.


정상적인 성적 취향이라는 범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정상/비정상, 건전한/타락한, 즐거운/위험한 섹스라는 이분법적 범주에 적합한 목록이 계속해서 다시 쓰여진다. 그리고 이 목록을 따라 허용 가능한 섹스와 허용되지 않는 섹스가 구분되고, 허용되는 이성애와 허용되지 않는 이성애, 심지어 허용되는 동성애와 허용되지 않는 동성애가 존재하게 된다. 특히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비난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동성애를 한정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만들고, 동성애자들을 특별하고 예외적인 그리고 정상적이지 않은 부류로 구성한다.

 즉, 이성애/동성애/양성애/트랜스젠더 등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존재양식과 의미들은 그 사회의 특정한 힘들 속에서 형성되는 권력관계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이성애만이 정상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은(이성애만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성적 취향들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낙인찍는 부단한 투쟁과 억압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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