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집안이 완전 개꼴이다. 더러운 자식!”
지난해 방영된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이다. 조카 태섭(송창의 분)의 동성애를 알게 된 삼촌 병걸(윤다훈 분)은 태섭에게 막말을 퍼붓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병걸의 대사는 과거 한국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시선을 대변한다. 오늘날 동성애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각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한채윤씨(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이성끼리 혼인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모습을 당연시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동성애가 비정상의 범주로 여겨진 것이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이성과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도 많았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동성애를 다룬 주제가 공중파를 통해 방영되고 스크린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 또한 과거에 비해 많이 개방되었다. 21세기에 성적 다양성이 전세계적인 화두가 되며 유교 사상이 뿌리박혀있던 한국 사회에도 성적 다양성이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주변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이 삶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동성애자 역시 사회적 편견에 맞서 개인의 행복한 삶을 꾸리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동성애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는 단계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변화는 대학사회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는 2002년 학내 정식 자치단위로 인준받고 활발한 활동 중에 있다. 일주일에 한번 구성원끼리 특정 주제를 정해 공부 및 토론을 하는 세미나 자리를 갖을 뿐만 아니라 매년 9월 교내 ‘레즈비언 문화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각종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 퀴어 문화축제 참여 등 성적소수자를 위한 교외 인권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중앙대 역시 ‘레인보우피쉬’라는 동성애 모임을 갖고 있다. ‘레인보우피쉬’는 2000년에 결성돼 현재 온라인 회원 288명과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5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이 열린다. 안성캠 학우들을 위해 한 학기에 한 번 이상은 안성캠에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정기모임 외에도 비정기적 번개, 모꼬지 등 친목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한다. 중앙대 학우들간의 교류 뿐만 아니라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타 학교와의 교류도 이어가고 있다. 레인보우피쉬 前 회장 A씨는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학우들을 위해 모임을 개방하고 있다”며 “아우팅(동성애 사실을 타인의 고의에 의하여 밝히게 되는 것)의 위험에 너무 걱정하지말고 레인보우피쉬에서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레인보우피쉬’는 정식 자치단위 인준을 올해 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은 사회적 인식이 진보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아직 법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법에 동성애자간의 혼인을 금지하는 법 조항은 없지만 정식 혼인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동성 간의 혼인은 불법이다. 김상용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는 “국내에서 동성애를 합법화하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가 받아들여지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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