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거나, 반항하거나

  시지프는 제우스의 노여움을 샀다. 그래서 그는 큰 바윗덩이를 산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라는 명을 받았다. 하지만 산 꼭대기로 밀어올린 바위는 곧 굴러 떨어져 버린다. 시지프는 다시 바위를 굴려야 한다. 불사의 몸을 가진 시지프는 ‘평생 바위를 굴리는’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해야하는 숙명에 처한 것이다.
  카뮈는 인간은 의미없는 일상을 반복해야하는 시지프와 같은 운명에 처한 인간의 부조리에 대해 말한다. 이러한 운명 속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두가지 방법이 있다. 도피하거나, 반항하거나.
  우리는 어쩔수 없이 부조리에 반항해야한다. 카뮈는 우리가 『시지프 신화』를 통해 반항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숙명(시지프의 형벌과 같은) 속에 놓여있고, 이에 대해 반항하고 의미를 찾는 행동으로 ‘인간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을 찾을 수 있다. 즉, 반항하는 일을 통해 어떠한 것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반항하는 행동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는 카뮈의 철학을 논거와 함께 설명하는, 재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이다. 이러한 책에 익숙치 않다면 『이방인』이나 『페스트』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방인』은 한 부조리한 개인이 부조리한 세계와 부딪치는 모습을, 『페스트』는 한 의사가 인간에게 닥친 부조리의 상황을 묵묵히 감내하며 인간으로서의 자각을 찾는 내용이다. 이 책들은 카뮈의 세계가 품고있는 부조리와 인간의 실존문제의 매력적인 얼굴을 보여준다.

방호준 기자 jun@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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