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교정프로그램은 종교단체에서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근년에 들어 재소자들 가운데 문학, 특히 시에 관심 있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문학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그 덕에 지금까지 영등포구치소를 시작으로 영등포교도소, 안양교도소, 춘천교도소 등에 가서 재소자들에게 시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잠깐씩 대화의 시간도 갖고 왔다. 우리는 재소자하면 ‘흉악범’ 혹은 ‘범죄형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얼굴만 봐서는 폭력사범, 마약사범, 사기전과자, 절도전과자같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좀 짧고 죄수복을 입고 있어 그렇지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장삼이사의 얼굴을 하고 있고 인자한 옆집 아저씨의 얼굴을 한 분들도 있다.


강의할 때 활용하는 자료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아픔과 슬픔이 배어 있는 윤동주의 동시, 동백림사건(1967)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고 나왔지만 천진무구하기 이를 데 없는 천상병의 시, 교통사고로 두 눈이 멀었지만 맹인용 자판기를 두드려 시를 쓰고 있는 후배 정상현의 시, 뇌종양으로 실명의 위기에 이르렀다가 로봇 수술로 기적적으로 광명을 되찾은 배우식 시인의 시 등이다. 나보다는 타인을 위해 살아간 이들, 인간 승리의 표본이 될 법한 인물들의 시를 돌아가면서 낭독을 시키면 다들 숙연한 마음으로 시를 읽는다. 재소자 중에서 시인으로 등단했거나 다년간 등단을 모색 중인 이들도 있다.


어머니에 대해 시나 수필을 써보게 하면 대개 열심히 쓴다. 내가 교도소에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언론에 보도된 흉악범이 아니면 자기 어머니한테는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는 것.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아들이 수감생활을 하는 도중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면회 오는 어머니도 있다. 이런 자작시를 읽다가…… 대개는 운다.
“이 죄인을 죄인이라 부르시지 않고/ 아들이라 부르시는 어머님은/ 천사가 맞으시죠/ 늦었지만 불러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죄인이 아닌 어머님의 아들로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운 어머님!”(「천사가 되신 어머님께」 일부)“행복으로 열 달 동안/ 인간 꼴을 품으시고/ 산고를 더없이 기뻐하며/ 이 세상에 한 생명으로/ 나를 탄생시키셨다//밤낮으로 지구는 돌았고/ 순하디순한 아기였을 땐/ 내가 어머니의 햇살이었다”(「어머니」 일부)
기성시인의 시보다 몇 곱절 감동적이다. 재소자들 중에 중졸, 고졸 검정고시 준비를 하거나 각종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는 이가 많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 경우 다들 꼭 한 번은 효도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재소자들을 가르치러 갔지만 배우고 오는 경우가 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환경을 헤치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나의 태만을 꾸짖는다.

 

이승하 공연영상창작학부 교수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