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각 대학 총학생회선거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
들이 선거를 마친 상태이며 중앙대를 비롯한 나머지 대학들 역시 이번 주중
으로 모든 선거일정을 마무리 짓게 된다.

올해 선거에서는 지난 12일 전남대에서 한총련 주류 NL(민족민주)계 비주류
계열인 사람사랑 학생회 후보의 당선을 필두로 조선대에서도 자주적학생회가
낙선하는 등의 `이변'과 함께 새로운 성격의 구호, 공약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형성되고 있어 98년도 학생운동의 방향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
러 각 대학선거운동본부(이하선본)의 공약들이 학생운동혁신이나 사회운동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정책대결보다는 학생들의 관심을 얼마나 더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학내 복지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각 대학 개표결과를 살펴보면 한총련 주류의 주축을 이루고 있던 전
남대, 조선대에서 NL계열이 낙선한 것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NL계열
학생운동세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총학생회 선
거는 NL계열과 PD(민중민주)계열, 비운동권의 3파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PD계열이 그 세력을 넓히고 있으며 비운동권이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올해 선거에서 비운동권의 강세가 두드러지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지금
까지의 선거결과에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현재까지 선거를 마친 학교는 전국적으로 40여개 대학이며 이중 NL계열의 학
생회가 경기대, 시립대 등 23개 대학을 차지해 아직은 다수를 확보하고 있으나
지난해에 비해서는 상당수의 지지기반을 잃은 상태이다. 예년에 이어 올해도
비운동권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던 연세대에서는 PD계열인 학생연대가 당선
되는 등 비운동권은 현재 8개 대학에서 세력을 다졌다.

한총련 주류세력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지난해 연세대 통일대축전과
4, 5월의 출범식을 거치면서 한총련의 폭력노선에 학생들이 등을 돌리고 있
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한총련 해체를 요구하며 새로
운 대체 질서를 만들어 가자는 등 변화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PD계열과
비운동권은 약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대에서 6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당선된 PD계열 학생연대 소속 정병도 총학생회장은 새로운 학
생회연합체 건설을 외치며 `전국대학대표자회의(가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
장해 왔다.예년에 비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학내,학생복지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은 학생들의 관심분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홍익대를 비롯해 삼육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후보들은 취업박람회 매년 개최,
면접책자 발간 등의 `취업난 해소'를 중점 공약으로 내세우며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년의 경우에도 취업대책을 공약사항에
포함시키는 선본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올해는 대부분의 총학생회후보들이
공약사항에 취업관련 내용들을 앞다투어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연세대의 한 후보는 `학사경고와 제적제도를 폐지하는 데 앞장서겠
다'라는 공약을 내세우는 한편 서울대의 한 선본은 `강의개설권은 물론 강사
추천권까지 요구하겠다'라는 공약을 내세워 교수를 비롯한 학교당국과 마찰
이 빚어지기 까지 했다.이러한 후보들의 노력에도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만 하다. 매우 활발한 선거활동을 보인 서울대의 경우도 유세장에는 5천여명
이 모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7백여명의 학생들만이 참가했다.

중앙대의 경우도 지난 19일과 20일에 각각 열린 1캠퍼스와 2캠퍼스의 유세장
역시 20명 남짓만이 모여 매우 저조한 참석율을 보였다.중앙대는 양캠퍼스 모
두 오는 25일 제2차 선거유세를 갖고 26, 27 양일간 선거를 실시한다. 1캠퍼스
는 제민준 정후보(법과대 법학과.4)와 최복기 부후보(문과대 사학과.4)가 단독
출마했으며 2캠퍼스는 김한용 정부호(외국어대 영어과.3)와 김재근(사회대 상
경학부.2) 선본과 장익준 정부호(산업대 축산과.3)와 김정남 부후보(사회대
회계학과.3) 선본이 공동 출마해 경선을 벌인다.1캠퍼스 제민준 정후보는 생
활협동조합 구축을 비롯해 취업.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내복지를 얘기하
는 등 대중성에 기반 둔 학생회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캠퍼스 후보들
역시 2캠퍼스내 셔틀버스 운영을 공약으로 제기하면서 복지에 주의를 기울였
다.

학생회의 사업에 학생들이 관심을 갖지 않게 된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
나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할 수 없었던 학생회의 폐해가 가장 큰 원인
이라는 것이 집행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학생회 체계의 민주화와 학생들과
의 쌍방향 의사소통 확립이 선행될 때 학생들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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