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센터를 지나다 우연히 여학생 둘의 대화를 듣게 됐다.
“우리 축제 언제 한데?”
“5월이라던데?”
“드디어 우리 학교도 5월에 하네. 완전 잘됐다”
두 여학우의 대화를 듣다 흐뭇한 아빠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사실 매년 9월에 열리던 축제를 5월로 바꾸기는 순탄치 않았다. 방학동안 5월 축제 기획안을 준비해 개강과 함께 각 단과대 회장을 찾아가 동의를 구했다. 흔쾌히 동의를 하는 학생회장도 있었지만 몇 몇 단과대 회장의 거센 반발도 있었다. 외롭고 긴 사투 끝에 중앙운영위원회의 승인까지 구해 루카우스 기획단 모집을 시작했다.
  중간고사 이후, 약 60여명의 루카우스 기획단을 4개의 팀으로 쪼개 본격적인 축제 준비에 돌입했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약 30일. 그 안에 모든 준비를 완벽히 마쳐야 한다. 공연팀, 광장팀, 영상팀, 홍보팀 각 팀별로 회의를 거치고 다시 한 번 팀장과의 회의를 통해 축제의 틀을 빠르게 그려나갔다. 문화위원회실은 언제나 북적였고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는 축제 준비 일정으로 새빨갛게 매워졌다.
  축제 준비는 조금의 과장을 보태서 표현하자면 ‘노가다’다. 이 곳 저 곳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야 하고 곳곳에 포스터와 플래카드를 붙이는 것도 일이다. 자연대 옆 계단페인팅 작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모든 학생들이 하교 후 밤늦게야 시작된 작업. 빔 프로젝트로 밑그림을 쏘고 몇 개 되지 않는 롤러로 돌아가며 페인트칠을 했다. 2~3시간 작업을 하다보면 허리가 끊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가다를 자처해서 하는 이유, 작업을 끝마치고 나면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야식으로 배달 온 피자를 입 속에 우겨 넣으며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도 없다.
  사실 축제 준비를 하며 부딪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다. 한정적인 예산에 좌절된 행사도 많다. 그리하여 머리를 맞대고 고안해낸 방법이 ‘기업 협찬’. 왠만한 대기업은 메일을 보내도 묵묵부답이지만 무응답에 민망해 할 시간조차 없다. 코 앞으로 다가온 축제에 수고스럽지만 전화기를 붙들고 여기저기 협찬을 부탁해 본다. ‘로또만 당첨 됐어도… 길가다 2억만 주웠으면….’ 말도 안 되는 상상이란 걸 알면서도 사뭇 진지해져본다. 그렇게 전화를 돌리고 메일을 보내다보면 협찬을 해주겠다는 기업이 하나 둘 생긴다. 희소식을 알리기 위해 팀장들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팀장들은 팀별 회의를 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하기 일쑤다.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에 가끔 양 손 가득 푸짐한 야식을 대접하는 것 또한 문화위원장이 해야 할 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밤샘은 기본, 야식은 필수’ 정신으로 일하는 단원들은 모두가 한 마음이다. ‘나 축제 기획단이야’ 유세를 떨고 싶은 것도, 스텝 목걸이를 걸고 연예인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것도 아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열정으로 일한다. 내가 며칠 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후배 자취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축제가 모두 끝나면 다시 한번 학우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고 싶다.
“이번 축제 정말 끝내주지 않았냐?”


이지영 기자 E_Z0@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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