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신선한 가을 바람이 우리들의 옷소매를 파고들고 지난 여름 비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쓰러진 논밭에도 곡식들이 일어나며 열매 맺는 계절이다. 그런 요즘 시를 씀으로써 노래를 함으로써 세상을 사랑하는 시인과 가수들이 만나 함께 노래하는 첫 마당이 우리앞에 선보인다.
오는 9일부터 10일까지 한양대학교 동문회관 대극장에서 매일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나팔꽃 시노래 콘서트 ‘작게, 낮게, 느리게’가 바로 그것. 총 2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 행사는 한양대학교 총동문회 문화교육센타, 시노래모임 ‘나팔꽃’이 주최한다.

이번 공연은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시단을 대표해 온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 ‘그대에게 가고 싶다’의 안도현을 비롯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의 정호승 등 현대시단의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끈다. 뿐만아니라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의 시인이자 작곡가 백창우, ‘이등병의 편지’를 작곡한 정통포크 작곡가 김현성, 기독교음악 작곡가인 ‘그대 오르는 언덕’의 류형선외 ‘네가 있는 거리’를 대표곡으로 베스트극장 등 다수 드라마/영화음악을 작곡한 젊은 작곡가 이지상 등이 참여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존 노래가 아닌 새로운 시들을 바탕으로 선율을 입혀 심혈을 기울인 창작작업을 통해 100%의 창작공연을 시도한다. 이것은 대중문화예술의 흐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로 벌써부터 평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공연은 1부 더 크고 위대하기 보다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작게’, 2부 아래로 아래로 내리는 것들의 아름다움으로 ‘낮게’, 3부 한걸음 천천히 걸을 때 세상을 자세히 보는 아름다움으로 ‘느리게’ 구성된다. 퇴근길 고단하고 힘든 이들이 둘러앉은 길모퉁이 소줏집. 거기서 새어나오는 정다운 불빛 같은 노래들. “아침에 피어나는 나팔꽃처럼 밝고, 깨끗한 소리로 노래하고 싶어요.” ‘나팔꽃’ 대표 김용택 시인의 말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귓전을 시끄럽게 스쳐 지나가는 그런 노래가 아니라 세상살이에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스며들어 삶에 위안이 되고, 따뜻한 사랑이 되어 세상에 번지는 그런 시와 노래를 부를 것이라 하여 조금씩 물들어 오는 가을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좋은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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