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의미 그대로 ‘모여서 논의 함’을 뜻한다. 단순히 만나는 친목과는 다른개념이다. 각양각색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합의를 도출하고 보다 나은 방향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가진다. 한 집단의 최종적인 입장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가 회의인만큼 참석한 구성원들에게 주어진 책임감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17일 서울캠에서 전학대회가 열렸다. 재선거를 거쳐 출범한 총학생회가 처음으로 모든 학생대표자들을 모은 자리였기에 상당히 의미있는 자리가 될 법 했다. 중앙대는 학문단위 구조조정과 계열별 부총장제의 과도기에 놓여있다. 논의해야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전학대회에는 총학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논의 안건들이 다수 준비되어 있었다. 전학대회는 총학생회 회칙 개정과 총노선 인준만 확정된 채 무산됐다. 비상대책위원회 관련 학생회칙과 전자투표에 대한 선거시행세칙이 신설되었고 선거자금 공영제도가 정식 인준된 소기의 결과를 얻었다. 이어 ‘정치성 탈각’과 ‘소통의 강화’라는 서울캠 총학생회의 노선을 확정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다른 특별기구는 인준조차 되지 못했다. 심지어 전학대회 끝에는 참석한 177명 중 34명의 대표만 남아 막을 내렸다. 관계자에 따르면 전학대회에 참석한 학생대표자들은 회의내내 지루해했고 결국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후문이다. 개강하고 근 3개월 만에 마련됐지만 학과와 단대 학생대표자들은 대표자로서 어떠한 논의의 주체도 되지 못했다. 전학대회가 성사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당연스럽게 무산되곤했다. 중앙대에는 전학대회가 성사되는 것이 이변으로 여겨지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자간 갈등이 있는 것은 이해한다. 각 대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반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었다는 것은 대표자들의 책임감이 결여되었다는 증거다. 왜 이 문제를 개선하려하지 않는가. 책임감 부재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근본적인 대책은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는 대표자들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전학대회에 참석하는 대표자들은 학생들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선출되어야한다. 전학대회는 총학생회장, 단대회장, 학과회장, 학년대표가 참석한다. 그러나 학년대표의 경우 많은 수를 차지하지만 선발방식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학년 대표 중 엄중한 선거절차를 거쳐 선발된 경우는 드물다. 대표성을 획득하지 못한 학년대표들에게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년대표에게 전학대회 참석을 요구하기도 난감하다. 전학대회 참석 자격을 과학생회장 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할 때다. 더이상 같은 이유로 전학대회가 무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