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발언> 사면될 양심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양심수 사면논의와 더불어
  • 중대신문
  • 승인 1997.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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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양심수 사면'을 말하자 검찰과 법무부는 기다렸다
는 듯 `양심수는 한사람도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문민정부 이래 4천60여
명이나 구속하면서 단 한명도 양심수로 인정하지 않았던 당국의 이런 반응은
어찌보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김 총재의 발언과 당국의 반박에 이어 나온 여러 양심수 논의를 보자면
속된 정치논리와 공안논리에 크게 기대고 있어, 현재 갇혀 있는 양심수만이 아
니라 앞으로도 사상을 핑계로 더 많은 `양심수 아닌 양심수(당국에게는 양심수
가 아니다)'를 양산할 가능성마저 엿보여 쉽게 넘길 수 없게 한다.

지금 갇혀 있는 양심수들 대부분이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노동관계법 등으로
구속된 사람들이다. 사상.양심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예술.출판.표현
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는한 사람도 감옥 갈 이유가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은 민주화를 위해 독재와 싸웠고 갈라진 땅을 하나되게 하려는 운동을 했
으며, 노동현장 철거현장 노점거리에서 생존권을 위해 싸우다 구속됐다.이들
이 구속된 연고를 살피자면 국가보안법과 같은 반민주 악법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양심수 문제가 근본적으로 인권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양심수 사면과 더불어 악법 철폐에 관한 논의도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악법 철폐는 더 이상의 양심수를 재생산하지 않는 재구조화 작업과도 같은 것
이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양심수 문제에는 악법 문제도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녀야
한다. 그런데 지금 김대중 총재의 `사면' 발언 때문인지 문제의 초점이 `사면'에
만 맞춰진 듯하다. 양심수 논의가 활발해진 것도 오랜만의 일인데, 이 기회에
더 이상의 양심수가 없도록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제는 냉전과 공안잣대를 버리고 국민화합 차원에서 양심수
를 사면하여야 한다. 신군부 집권의 80년 이후만 해도 광주민중항쟁,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통혁당 사건, 인혁당 사건, 남민전 사건, 미문화원
사건, 문익환 목사 등 방북 사건, 동의대 사건, 전교조 관련자 등 이른바 공
안 관련자들이 사면됐다. 특히 비전향 장기수도 90년에서 93년까지 모두 25
명이 석방됐다. 그러나 잇따른 사면에도 양심수 문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
기'였다.

아직 8백59명의 양심수가 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들이 전원석방된다
하더라도 다른 잠정적인 양심수가 추가로 구속이 될지 모를 일이다. 기왕에 불
거져 나온 양심수 논의라면 전과 같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일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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