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9
입사 성공기
스펙에 목숨 거는 시대에 학점도 토익도 신경 쓰지 않은 대범한 사람이 있다. 그는 화려한 스펙 대신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경험으로 취업 전선에 승부수를 던졌다. 풍부한 경험과 열정적인 도전정신으로 색다르게 입사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STX 경영관리실 조형도씨(경제학과 02)

- 늦게 졸업한 이유라도 있나요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서 계절 학기를 보내고 여러 나라를 여행 하다보니 생각이많이 바뀌었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었죠. 제대 후 미국에 있는 대학교로 편입 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도 갔어요. 그런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벅찼죠. 그렇게 2년을 살고 나니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여유롭지 못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한국에 들어오니 친구들은 모두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전 그때까지 일반 기업에 취업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1년간 휴학하며 공부를 했는데 제가 생각하던 직업과 많이 다르다는걸 깨닫게 되었죠. 제가 생각하던 삶을 이룰 수 없겠더라고요.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졸업하게 되었지만 후회 하지는 않아요.


- 입사 절차가 궁금해요
서류면접을 통과하면 삼성의 SSAT와 비슷한 STX직무적성검사, SCCT를 봐요. 이 시험에서 합격한 사람은 1차 면접을 보는데 역량면접, PT면접, 토론면접 순서로 보죠. 그리고 2차 면접을 보는데 사장급의 면접관들이 보는 인성면접이에요.


- 1차 면접 형식은 어떤가요
가장 먼저 보는 역량면접은 전공면접과 비슷한데 질문이 회사 구조, 매출액, 특화된 사업 등 회사와 연관 된 것들이에요. 제가 받은 질문을 예로 들자면 올해부터 회계기준이 IFRS로 바뀌는 것에 관해 설명해 보라는 것이었죠.
PT면접은 면접 보기 10분 전에 3가지의 주제를 중 하나를 선택해서 면접관들 앞에서 발표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토론면접은 시작 5분 전에 시사적인 문제를 주고 8명이 토론을 하는 것이에요. 주제가 교육감 직선제 찬반이었는데요. 우선 찬반입장을 발표한 뒤 토론을 시작해요. 저는 잘 모르는 분야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장하지 않았지만 토론 중 주제와 어긋나는 이야기로 흘러갈 때 그 문제를 지적하면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어요.


- 기억에 남는 면접이 있나요
PT면접을 볼 때 일부러 난이도 있는 질문을 택했어요. 브랜드 품격에 관련된 것이 였는데 예시 기업을 들고 그 기업의 어떤 점을 본받아야 좋을지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었죠. 제가 M기업을 본받을 회사로 예를 들었는데 면접관과 생각이 달랐나봐요. 한 면접관이 무려 9개의 질문을 연속으로 했었죠. 당황스러웠지만 최선을 다해서 답했어요. 면접관을 이기려는 마음으로 제 의견을 말한 게 아니라 수용하면서 차근히 대답하려고 애썼죠. 이제 생각해보면 면접관은 정답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 취업을 위해 공부한 것이 있나요
제가 생각해서 필요할 것 같은 전공과목에 주력했어요. 따로 면접 준비한 것은 없지만 회계사 준비와 전공 공부를 했었던 게 큰 도움이 되었죠. 역량 면접을 볼 때 제 전공인 경제에 관해 정리 해 두 었던 노트가 아주 유용했어요. SCCT는 유형별로 문제를 풀어보고 부족한 파트를 더 집중적으로 공부했고요. 이 외에는 특별히 취업을 염두해 두고 공부한 것은 없어요. 여행 다니며 얻은 인생경험이 준비라면 준비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저는 학점이나 토익에 집착하지 않았어요. 토익 점수가 실질적인 영어 실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근소한 학점 차이로 합격 당락을 짓는 회사는 비전이 없다고 느껴 토익을 반영하거나 학점에 큰 비중을 두는 기업에는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았죠.


- 합격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학점이 3.5로 높은 편도 아니고 토익 점수나 인턴, 봉사활동도 없어요. 그렇지만 면접관이 미국에 살면서 느낀 경험이나 다양한 나라에 여행 다닌 점을 높이 샀던 것 같아요. STX의 인재상이 두려워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인데 거기에 부합했다고 생각해요.


- 사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사원과 임원직간의 의사소통이 잘돼요. 위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의견을 수렴하려 해서 사원들의 의견이 반영이 잘되는 편이죠. 회사가 설립 된지 10년 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입사 동기끼리 나이대도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아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 지금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회계파트에서 일하고 있어요. 각 부서들이 월말에 수익, 연구비등을 결산해서 주면 저희 부서가 종합해서 회사의 가계부를 쓰는거죠. 그러면서 회사의 어떤 부분에 더 비중을 두고 주력해야겠다는 전략도 짜요.


- 업계전망은 어떻게 보나요
조선업 경기의 영향력을 많이 받아요. 조선업이 잘되어야 저희도 엔진을 많이 생산해서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회복세에 들었고 앞으로 경기가 더 좋아질거라 예상하고 있어요. 그래서 품질에 더 신경을 쓰고 있죠.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품질을 높여 내실을 키우고 있는 중에요.


-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우여곡절 끝에 취업을 뒤늦게 한 편인데 한 번도 지난 일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도움 되더라고요. 저는 취업만을 목표로 덤비기 보다는 한걸음 떨어져서 과정을 즐기라고 하고 싶어요. 저도 실패를 겪어 보면서 장단점을 스스로 찾게 되었고 강점을 더 살릴 수 있게 되었거든요. 자신에게 믿음만 있다면 학점이나 경력은 정말 중요하지 않아요. 살아오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면접관들에게 보여주세요. 그것들이 정말 진실 되다면 분명 면접관들도 느낄 거라고 확신해요.


글·사진 박수진 기자 ThankU@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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