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둘러봐도 외국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사회가 아니다. 2010년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인구는 114만명이고 전체 인구에서 2.3%를 차지한다. 2020년에는 25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지만 한국인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난 금요일 다문화콘텐츠연구사업단은 ‘다문화주의의 담론과 성찰’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를 개최한 계기에 대해 이찬욱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다문화라는 단어의 정의에 대해 확고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인문학적 관점에서 다문화 사회에 접근해보고 이를 통해 우리 내부의 근본적인 변화를 스스로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개최했다”고 말했다.

 오전 강의에서 김생환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의 방향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최성환 중앙대 교수는 ‘다문화주의와 인권의 문제 - 문화상대주의와 보편주의의 경계에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오후 강의에서 이명현 연구교수(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는 ‘다문화시대 이물교혼담의 해석과 스토리텔링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이명현 교수는 다문화 가정을 「단군신화」, 「선녀와 나무꾼」, 「여우아내」에 대입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군신화」에서 여성인 웅녀는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에서 100일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다. 여기서 웅녀는 한국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주 여성을 의미한다. 환웅은 웅녀가 동화되어야 될 대상이다. 즉, 한국인 남편 또는 한국사회를 지칭한다. 

 또 다른 설화인 「선녀와 나무꾼」에서 여성인 선녀도 나무꾼에게 ‘날개옷’을 빼앗김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나무꾼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선녀는 남편에게 여권을 뺏긴 이주 여성을 의미한다. 나무꾼이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날개옷을 감춘 것처럼 한국인 남편도 자신의 아내가 의심스러워 여권을 뺏는다. 현재 한국사회에선 국제결혼이 증가하며 이혼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혼건수 증가의 주요원인은 국제결혼과정에서 나타나고있다.

 다문화 가정의 이혼건수는 2007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제결혼 총 건수가 증가한 것도 이혼 증가의 요인이 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결혼 과정에서의 문제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와 나무꾼은 서로의 욕구만을 추구하다 결국 선녀가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간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이방인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삶에 동화시키려는 한국인 남편과 ‘날개옷’이라는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주 여성의 결혼은 이혼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의 두 설화가 현재의 다문화 가정을 의미한다면 「여우아내」는 다문화 가정들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여우아내」에서 여성인 여우는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편이다. 나무꾼에게 선택을 받은 ‘선녀’와 ‘환웅’의 규칙에 맞춰 사는 웅녀와 달리, 여우는 인간으로 변신해서 청년을 구한다. 청년은 환웅, 나무꾼과 달리 여우의 정체성을 존중했다. 이 교수는 세 개의 설화를 통해 “이주여성 고유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현정 교수(배화여대)는 ‘유아교사를 위한 다문화교육 연수프로그램 구성 및 적용 효과’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실험결과를 토대로 최 교수는 유아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이 외에 윤인진 교수(고려대), 홍기원 교수(숙명여대)가 발표자로 참여했으며 토론자로 최영진 교수(중앙대), 김근태 교수(한국외대) 등이 참석했다. 이찬욱 단장은 이번 학술대회의 의의를 “다양한 분야의 대표자들을 초청하여 하나의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토론을 마지막으로 학술대회는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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