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대사건의 시대다. 100년에 한 번 일어날만한 사건들이 100일에 한 번꼴로 뉴스에 등장한다. 올해만 보아도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최대로 기록되고 있는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있었다. 지구 저편에서는 영원히 지속될 듯했던 이슬람 국가들의 정치변혁도 연이어 발생했다. 유럽에서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현재 진행형이다. 21세기는 왜 대사건의 시대인 것인가? 사실 ‘대사건의 시대’라는 표현은 형용모순이다. 100년의 사건이 대사건이라면 21세기 대사건은 하나여야 한다. 그러나 형용모순인 이 명제가 진실인 이유는 21세기의 금융환경, 즉 ‘세계화’에 있다. 세계에 100개의 국가가 있다고 하면, 매년 한 국가는 대사건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어느 곳에선가 발생한 대사건은 세계화된 금융시장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된다. 리비아 사태는 원유가격 급변을 통해, 일본 지진은 환율 급등락과 급속한 자본이동을 통해 바로 세계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때문에 어느 곳에선가 발생한 대사건은 ‘우리’의 대사건이 되어, 매일 아침 신문 1면을 장식한다.

대사건의 시대는 환경이 항상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이고, 이 시대를 살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는 환경변화의 방향과 영향 예측이 피할 수 없는 숙제로 주어진다. 이것은 간단치 않은 과제다. 100년 대사건의 결말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100년이 넘는 시각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동북부 대지진의 경우라면 최소한 1923년 관동대지진, 1906년 샌프란시코 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쯤 되면 수천, 수만개의 표본자료를 놓고 이런 저런 통계기법으로 패턴을 찾는 분석은 한계를 드러낸다. 한 두 개의 역사적 사례로 금융경제 분석을 감당해야 하는, 전통적인 금융경제학자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만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인간행태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 직관적인 판단과 몇 개 안되는 역사적 사례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를 결합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21세기 경제경영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사건이 빗발치는 금융시장의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경제학의 분석적 방법론과 인문학적 전통에 기초한 인간행태에 대한 이해, 역사적 시각의 융합이 요구된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 학문과정의 변화 역시 필연적이다. 내가 속한 경영전문대학원도 1979년부터 38기의 졸업생을 배출하여 온 최고경영자과정을, ‘인문, 금융, 그리고 경영’이라는 테마아래 변신시키는 작업을 단행하였다. 인간행동의 분석적 이해를 넘어서, 심리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 등을 모두 포괄한 종합적 시각에 바탕을 둔 경영학 교육을 지향한다. 현재 39기가 모집되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또 현재는 학부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MBA' 과정을 신설하여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금융과 재무를 공부하기 위해 수학, 통계학, 경제학의 소양이 요구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대사건의 시대, 그에 못지않게 또는 어쩌면 그 보다도 더 중요한 소양은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기초를 다진 학부생들이 혹 금융과 재무에 관심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경영학부 신인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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