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채 좋은 중대병원 건물과 얼마 전 신축공사를 마친 해가든 건물 뒤로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 펼쳐져있다. 바로 ‘흑석시장’이다. 키 큰 건물들 사이 오밀조밀 소규모 점포들이 옆구리를 붙이고 선 모습이 어색하지만 알고 보면 흑석시장은 흑석동의 터줏대감이다.

흑석시장은 1974년 8월 10일 정식명칭을 갖게 되었다. 정식명칭을 갖게 된지는 올 해로 38년이 되었지만 흑석시장은 그 이전부터 흑석동을 지키고 있었다. 흑석시장에서 40년 넘게 전집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공식 명칭은 없었어도 시장이 매우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다”며 “과천이나 사당, 말죽거리에서 장작을 팔러 오던 시절도 있었다”고 전했다. 흑석시장에서 38년 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순씨는 “예전엔 사람들이 밀려다닐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며 “중대병원이 들어서기 전, 중대부고가 있을 때만 해도 학생들도 꽤 시장에 많이 찾아왔었다”고 전했다. 흑석시장의 토박이 상인들은 모두가 한 때 발 디딜 틈도 없이 시장이 붐비던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흑석시장이 예전 모습을 잃어간 것은 주변 환경이 변화하면서부터다. 흑석동 재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특히 SSM이 들어서며 흑석시장역시 여느 재래시장처럼 위기를 맞이했다.

현재 흑석시장의 주변 SSM은 두 개가 위치하고 있다. 흑석시장 입구 바로 전에 위치한 ‘킴스클럽’은 2005년 문을 열었다. 킴스클럽이 들어오기 이전엔 같은 위치에 약 20여 년간 ‘해태마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 흑석시장 바로 맞은편에 완공된 해가든 건물 지하에도 ‘하나로마트’가 들어섰다.

SSM이 생겨나자 흑석시장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생선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SSM이 들어선 이후 매출의 50%이상이 줄었다”며 “지금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일 뿐”이라고 전했다. 김종순씨는 “SSM 때문에 매출이 줄었는데 하나로마트가 또 들어와 걱정이 된다”며 어두운 낯빛을 비췄다.

그러나 흑석시장은 늘어나는 SSM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흑석시장 재개발로 2006년, 해가든 건물의 착공신고가 떨어지며 협동조합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흑석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중인 이영희씨는 “SSM은 재래시장에 치명타지만 현재 협동조합이나 번영회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재래시장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SSM 못지않은 품질의 물건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며 재래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는 모습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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