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을 출발로 장회익 교수는 30여년 이상 응집물질(고체 등)분야를 통
해 대자연의 특성과 현상을 연구해 온 물리학자이다. 따라서 그의 사상세계
는 과학을 통한 자연의 합법칙적 이해를 그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과학은 단순히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실용적
인 도구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눈 그것도 매
우 이성적이고 반성적인 눈이다.

과학을 통해 비로소 인간은 자신의 삶의 존재적 기반과 인류문명의 진화과
정을 올바로 자각할 수 있게 되었고, 우주사적 관점에서 인간의 위치를 제대
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반성적 계기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학에 도구적
이성의 기능 외에 비판적(반성적) 이성의 역할이 존재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
이다. 그리고 현대 과학기술문명의 비극은 바로 과학을 비판적 지성의 차원
보다는 인간종의 욕구충족을 위한 도구적 지성으로 주로 활용한 데에 기인한
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학으로부터 어떻게 비판적 이성을 이끌어 낼 것인가. 장교수는
이를 위해 근대 과학의 성과들을 종합하여 질적으로 한 차원 높은 새로운 종
류의 지식인 메타과학으로 올라서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를 이 시대의 지
성이 요청받고 있는 정신적 도약으로 본다.

과학에서 메타과학으로 도약자연과 사회 그리고 이 안에 속하는 일차적 실
체들을 대상으로 한 지식이 과학이라면, 메타과학이란 과학자체와 이것이 빚
어낸 문명을 대상으로 하는 한 차원 높은 지식이다. 즉 장교수에게 있어서
메타과학은, 다양한 측면에서 (물질 생명 인간 사회 문명 등을 모두 포함하
는) 우주의 각 단면들을 분석한 개별 과학과 달리, 이들을 일반화하고 통합
하여 그안에 숨겨진 자연 인간 사회에 대한 어떤 통합적 관점을 찾아 이를
정련하여 총체적인 우주의 원리로 파악한 새로운 지적 구조물이다.

그는 이러한 메타과학으로의 도약을 통해 개별과학보다 한층 고양된 시각
에서 우주와 인간을 새롭게 투시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이념과 행동규범을
찾고자 한다. 다시말해 현대과학이 도달한 가장 깊고 넓은 이해를 밑바탕으
로, 과학기술시대에 흔들리고 있는 가치질서를 새롭게 정립하려고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메타과학은 과학과 가치(혹은 철학)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 과학이 비판적 이성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는 지적 지형으로 간주된다. 이
도약의 구체적인 흔적을 우리는 그의 `온생명' 사상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온생명'의 이념 현대과학에서 본 생명이란 우주내에 형성된 지속적인 자
유에너지의 공급을 받아,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질서의 파괴 경향을 극복해
가며 정보의 저장과 복제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나가는 존재이다. 즉
, 자유 에너지의 흐름은 어떤 유기체가 고차원적 질서를 형성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재생산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존립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장교수는 생명현상이 자족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단위로서, "기본적인 자유 에너지의 근원과 이를 활용
할 물리적 여건을 확보한 가운데 이의 흐름을 활용하고 있는 각 단계의 개체
들로 구성된 유기체적 전체"를 상정한다. 그리고 이를 `온생명'이라고 부른
다(한 예로 태양-지구-인간의 복합체를 생각할 수 있다). 즉, 자유에너지의
공급원을 개체생명체의 물리적 환경 차원에서 보지 않고, 그것의 위상을 한
층 높혀 개체생명체와 합쳐져 하나의 완전한 생명단위를 이루는 또 하나의
생명단위(보생명)로 보는 것이다. 이는 바로 메타과학으로의 도약이다.

이 과정에서 생명의 의미와 가치는 형이상학적 차원이 아닌 자연과학에 기
반하여 확장되고 있다. 즉 우리의 일상적 경험안에서 각종 생명체들을 접하
는 가운데 얻어진 개체중심적 생명관이, 상황의 과학적 이해를 통해 획득한
분리될 수 없는 전체로서의 온생명 관점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인간이란 단지 온생명의 한 요소로서 조건부적인 생명단위에
불과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교수는 현대문명의 비극을, 온생명의 한 요소
인 인간이 개체의 안위를 위해 마치 신체의 각 부위에 암세포가 번성하듯,
온생명을 이루는 여타 부위를 무제약적으로 점유하면서 왜곡시키고 비정상적
인 번영을 구가함으로써 발생한 결과로 진단한다.

따라서 현대문명이 처한 이러한 난처함을 극복하기 위해, 장교수는 인간
자의식을 인간중심적인 영역에서 온생명의 영역에로 확장할 것을 요청한다.
즉 나의 몸과 의식이 이기적인 개체를 벗어나, 온생명을 나의 몸으로 그에
대한 의식을 나의 중심된 의식으로 갖도록 요청한다.

이제 인간은 과학에 기초한 이같은 새로운 메시지를 근거로 온생명안에서
자신의 위상을 재평가하고, 이에 걸맞는 새로운 가치체계와 행동규범을 정립
할 것을 요청받는 것이다. 바로 과학이 지니는 비판적인 이성의 참모습이 드
러나는 순간이다.

또 하나의 르네상스,새로운 인문주의를 향하여장교수의 `온생명' 사상은
전체론적 형이상학이나 어떤 초월적인 종교적 세계관, 더욱이 과학만능주의
로의 복귀를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바라는 것은 한마디로 과학의 인
문화작업이다. 즉 인문적 관심을 종래의 전통적 주제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현대과학이 이루어낸 성과에까지 확대시킴으로써, 과학과 공유할 수 있는 세
계관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현대 과학기술시대에 요청받는 새로운 가치를 창
조하는, 새로운 인문주의의 등장이다.

그동안 과학의 도구적 위상에 압도당해 왔던 비판적 이성으로서의 과학의
위상을 회복하고, 이를 밑바탕으로 인식을 새롭게 전환하자는 요청이다. 그
러한 의미에서 장교수의 사상은 한마디로 근대적 합리성을 해체하려한 포스
트모더니즘을 넘어설 수 있는, `두번째 근대'를 향한 내디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중 원<서울시립대 물리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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