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에서 시행되는 팀플의 유래는 미국 MBA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90년대 후반 미국 MBA에서 팀플을 통한 실습과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당시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온 현재 한국 대학 교수들이 미국에서 경험한 수업방식을 강의에 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대를 중심으로 시행되던 팀플은 단기간에 그 영역을 확장하였다. 불과 10년 만에 대학사회에서 팀플은 전공을 가리지 않고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이에 대해 전병준 교수(경영학부)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요즘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 방식으로 인식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대학에서 시행되는 팀플은 기존 목적과는 다르게 문제점들을 양산하고 있다. 팀플 본래의 취지는 ‘타인과의 의견조정과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난무하는 팀플로 인해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팀원간의 시간 조율이 어려워 온라인에서 토론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학기 팀플과제를 수행한 한 학생은 “메신저를 통해 토론을 하다보면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 각자 조사한 바를 끼워 맞추는 정도로 결과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팀플의 경우 학생들이 수업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수들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이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선 교수의 성실성이 의심받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문학과 A씨는 “제대로 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편하게 강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교양학부의 한 강사는 “몇 개 조로 나눠서 레포트를 받는 것이 평가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레포트를 일일이 보기보단 조별 리포트를 받는 게 채점도 쉽고 시간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또한 “피드백과 코멘트를 성실하게 제공하는 교수들도 있지만 몇몇 교수의 경우 팀플을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시행하기도 한다”며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팀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또한 전문적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본래 수업의 목적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전문지식을 함양해야 하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맡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발표 위주의 수업은 청자도 흥미를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지양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팀플이 대부분 전공에서 무분별하게 이용되는 것도 문제다. 조직이나 사회 전체를 연구하는 학문의 경우 팀플이 효과적인 학습 수단이 된다. 하지만 다른 전공에도 팀플이 효과적인가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인문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특정 주제에 대한 조사와 발표로 수업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학생들에게 강의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문학 같은 과목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 팀플보다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과도하게 팀플이 시행되고 있는데, 쓸데없는 짐을 지우는게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 교수간의 교류 부족도 원활하게 팀플을 수행하는데 장애물이 된다. 전병준 교수는 “수업을 하다보면 교수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팀이 좋은 점수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수 역시 학생들이 무엇을 어려워 할 것인지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규 기자 HGyu@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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