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성공기
칼졸업에 칼취업을 꿈꾸는가? 하지만 여기 5년이란 휴학기를 두었지만 멋지게 공기업에 입사한 선배가 있다. 늦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녀. 어학연수, 인턴 등 화려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입사한 그녀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 졸업을 늦게 했다고 들었어요
휴학을 5년이나 했어요.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라 휴학하고 전공 외의 다른 공부를 했죠. 처음에 외교관이 되기 위해 정외과에 들어갔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행정고시 준비를 위해 휴학했죠. 그런데 뜻대로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회계원리 강의를 들었는데 재미있는거예요. 마침 상경계열과 관련된 전문적인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뒤늦게 CPA를 공부했어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느낀게 많아요.
- 입사 시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나요
토익 점수가 850점 이상이거나 오픽 IH이상이 되면 누구에게나 응시 자격이 주어져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인 만큼 서류 면접이 없어요. 출신 학교나 학점도 반영되지 않죠. 대신 해외 사업이 많아 다른 기업들 보다 영어 점수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저는 토익 930점, 오픽 IH, 학점은 3.92였어요.
- 입사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먼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응시자격이 주어지면 필기시험을 볼 수 있어요. 사무직과 기술직 중 지원한 곳의 시험을 봐요. 사무직 시험은 경영학, 행정학, 법학, 경제학으로 나누어져있고 기술직 시험은 자원, 지질, 기계 등으로 나누어져 있죠. 이 중에 원하는 과목 하나를 선택해서 응시하면 돼요.
통과한 사람은 영어회화 시험을 보는데 오픽 형식으로 봐요. 실제 오픽을 보는 장소에 가서 시험을 보죠. 하지만 공식시험은 아니라 점수는 나오지 않아요. 인적성 시험도 보는데 SSAT와 비슷해요.
마지막으로 채용인원의 3배수만 뽑아 임원면접과 실무진 면접을 봐요.
- 면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서류면접이 없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반영하진 않지만 임원면접 때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질문해요. 그리고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인지 판단하기 위한 질문을 하죠. 6~8명 정도 들어가서 30분 동안 면접을 보는데 한 사람당 3개 정도 질문을 받아요.
실무진 면접은 입실 전에 질문지를 주는데 15분 내에 답을 적어서 면접관이 미리 볼 수 있게 제출해요. 구체적인 경험을 요구하는 문제들인데, 예를 들어 ‘조직생활을 해본 경험’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극복한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 등이 예요. 면접관은 저희 회사 직원과 심리학을 전공한 행동과학연구소에서 나온 연구원이 에요. 한 사람씩 30분이나 면접을 볼 만큼 깊고 꼼꼼하게 질문해요. 더 구체적인 대답을 원할 때도 많아 거짓말 할 수가 없죠. 실무진면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과 솔직함이에요.
- 필기시험은 어떻게 공부했나요
필기시험이 합격의 당락을 짓는다고 할 만큼 중요해요. 1~2점 차이로 결정이 나거든요. 저는 CPA를 준비했던 게 굉장히 도움 되었어요. 시험 난이도가 꽤 높아서 학교에서 배우는 경영학보다 더 깊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문제가 CPA와 유사해서 어렵지 않게 풀었죠. 그래서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학원을 따로 다닐 필요가 없었어요.
-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고 어떻게 영어 공부를 했나요
영어 회화학원에 꾸준히 다녔어요.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신기해서 영어를 즐기면서 할 수 있었죠.  그리고 펜팔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사전에 있는 예문을 그대로 쓰고 외웠는데 굉장한 도움이 되었죠. 그런데 한 번은 사전을 보지 않고 제가 직접 써서 보냈는데 펜팔이 끊어진거예요. 그 이후에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죠.
저는 굳이 외국에서 영어를 배울 필요성을 못 느껴서 해외에 가서 공부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후배들에게는 가보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외국어 실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고 경험하며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를 느끼고 왔으면 하거든요.
-구체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회사 경영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부에서 감시하고 평가하는 회의체를 운영해요. 쉽게 말해서 임원이 의논하고 운영해 나가는데 필요한 회의를 준비하고 개최하는거죠. 또 국정감사 때는 국회 관련 업무를 하고 정부출자기관(정부가 자본금의 50% 이하를 출자한 기업)을 관리해요.
- 연봉과 복지는 어떤가요
연봉은 3천만원 후반대예요. 복지도 잘 되어 있어요. 유연근무제(근로자가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집이 먼 직원들에게 반응이 좋아요. 육아휴직도 기간제한이 없어요. 또 교육적인 면을 적극적으로 밀어 주는 편인데 MBA교육을 받으러 갈 때 체류비도 지원받으면서 월급도 계속 받을 수 있죠.
- 사내분위기는 어떤가요
해외사업이 활발하고 외국계기업과 교류가 많아서 그런지 사원들이 진취적이에요. 외국에서 근무하거나 출장이 잦은 직원들이 많아 마치 외교관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죠. 서로 일에 간섭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복장에 제한이 없어요.
-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에서 ‘가장 빨리 피는 꽃은 매화이지만 가장 예쁜 꽃은 아니다’ 라는 글이 기억에 남아요. 빨리 가는 것이 물론 좋지만 그게 최선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일찍 졸업하고 취업한 친구들에 비해 더디게 가더라도 못해서가 아니니 실망하고 좌절할 필요가 없어요. 늦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천천히 가더라도 노력만 한다면 반드시 보상받게 되어있어요.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친구들이 보고 있다면 절대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용기를 가지세요!
글·사진 박수진 ThankU@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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