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어떤 사안들에 대하여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비슷한 말로 합당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난 2010년, 우리는 기존의 새내기 새로 배움터(이하 새터) 문화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마땅히, 그러했다. 하지만 학교 본부는 그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전체 새터 불가 통보를 해왔었다. 그리고 그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올해도 학교 본부는 학생자치 행사인 새터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각 단대는 결국 2월이 아닌 개강 이후인 3월에 새터 아닌 새터를 진행케 되었다.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학교 본부는 우리가 매년 당연하게 준비하고 진행했던 새터에 지원을 해왔지만 돌연 새터를 일방적으로 금지시켰다. 최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관련해 타 대학들의 잇따른 사고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신입생들의 음주 사고.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대학가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외부에서 숙식을 하며 술과 함께 했던 기존의 OT대신,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한 새로운 OT문화를 만들려하는 대학들도 많이 있다. 아마 우리 학교도 이런 모범적인(?) 대학의 반열에 들고자 했나보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신입생들의 무절제한 음주문화. 물론 잘못됐다. 그렇다면 학교 본부의 깊은 뜻 역시 알아차렸다. 여기까지 모두 좋다. 다만 내가 의문을 제기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이렇게 합당하고 당연한 결과나 사안이 나왔는데 그렇다면 과연 그 과정과 방식 역시 합당했느냐는 것이다. 합당하다는 단어의 뜻은 어떤 기준이나 조건, 용도, 도리 따위에 꼭 알맞은 것이라고 정의된다. 이전까지 당연하게 행사를 진행하던 각 학생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제 새터 가지마!’ 라고 말하는 학교 본부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지난 호에 실린 안국신 신임 총장님의 인터뷰를 읽었다. 학생회활동과 관련하여 ‘무조건 우기면 되겠지’란 생각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으며 상식과 순리에 따라서 행동한다면 학생자치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어떠한 논의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새터 금지를 통보하고, 교지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학교 본부의 작태는 무조건 우기는 게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 사안들을 결정하고 통보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상식과 순리가 전제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모순에 찬 논리 역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당연한 것들과 합당한 것들 사이에서, 그 타당성의 기준은 누구의 입장을 따라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재의 서울캠 예술대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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