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잘 하는 배우 류덕환. 그는 TV보다 연극 무대가 좋다고 말한다. 어린나이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만은 남부럽지 않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막을 내린 ‘신의 퀴즈’가 끝난 후 영화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욕심쟁이 류덕환. 청담동 한 카페에서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류덕환은 데뷔 20년차 답게 인터뷰에 능했다. 긴장한 기자가 던지는 서툰 질문을 귀신같이 알아들었으며 매 질문마다 진지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너스레를 떨며 기자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이러한 류덕환의 배려가 그를 인터뷰 베테랑으로 보이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런 건 신문에 나가면 안되는데(웃음)”라며 솔직한 대답을 했고 마치 오래된 친구와 수다를 떨듯 진지하고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자신의 잘난 점을 내세우기 보단 부족한 점을 내세우는 겸손함이 기자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의 진실함과 겸손은 누구라도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진심으로 전하는 메세지

류덕환을 만나기 전 떠올랐던 그의 이미지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강렬함’이다. 여자를 꿈꾸는 씨름선수, 사이코 패스 등의 캐릭터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평범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 보여준 그의 연기가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를 만나는 순간 두려움의 감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약간 수줍은 듯 보였으며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행여나 기자가 당황할까 말 한마디 까지 배려하는 섬세함도 보였다. 그가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강렬함의 정체가 궁금했다.

6세 때부터 시작한 연기 내공이 바로 그것일까. 그것 뿐은 아니었다. 류덕환의 연기에는 진심이 담겨있다. “제 자신을 비우고 그 역할을 진심으로 연기할 때 항상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진심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해요. 그 중 진심을 다해 가장 순수하게 연기했던 작품은 ‘천하장사 마돈나’에요. 이 작품에서는 그 역할에 100% 몰입되었어요. 몰입을 위해 사람들과의 만남도 자제할 정도였으니까요. 저의 진심이 통했는지 반응이 뜨거웠죠.(웃음)” 연

기 잘하는 배우라는 칭호를 가진 그에게 자신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을까. “저는 연기를 할 때 모든 역할이 다 저만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도 류덕환을 대체할 수 없도록 말이죠.(웃음) 항상 그런 자세로 연기해요.” 6세에 데뷔한 그에게도 분명 꿈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바로 영화 ‘우리 동네’를 촬영할 때 였다. “‘우리 동네’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사이코 패스였어요. 연기를 할 땐 그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갔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내가 사이코패스로 변해가는 기분도 들었죠. 그 때 든 생각은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는 것인가’였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겸손’의 미덕

류덕환을 한번이라도 만나 본 사람은 꼭 이런 평가를 내린다. ‘정으로 겸손하다’. 그의 겸손함이 진심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류덕환은 ‘전원일기’를 그 이유로 꼽았다. “전원일기를 촬영할 때는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저보다 훨씬 연배가 높은 선배님들이었어요. 아시죠?(웃음) 그랬기 때문에 저는 촬영장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사를 하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저의 유년 시절을 이렇게 보냈기 때문에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가 쇼·오락 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도 그의 겸손함 때문이다. “저도 쇼·오락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나가고 싶을 때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프로그램은 나가서 재미를 줘야 하거나 저의 존재만으로도 빛날 수 있어야 해요. 제가 아직은 제 존재만으로 빛날 수 있는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중에 제 스스로 빛난다면 출연할 거에요.(웃음)

 

만족이 곧 연기의 원동력

‘천하장사 마돈나’가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류덕환은 ‘천하장사 마돈나’ 이후로 꾸준한 활동을 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곤란한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언젠가 김제동씨가 나오는 예능프로그램을 본 적 있어요. 그때 김제동씨도 이런 질문을 받으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 만큼은 최고다’라고 말이에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맡은 장면 마다 최선을 다하고 제 위치에서 최고의 연기를 하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주목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학생’ 류덕환을 말하다

류덕환에게 중앙대는 어떤 의미 일까. “중앙대는 역사가 깊은 만큼 연기하기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활동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죠. 또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힘이 되요.” 그에게도 분명 닮고 싶은 선배가 있을 것이다. “사실 누구 한 분을 꼽기는 힘들어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배종옥 선배를 닮고 싶어요. ‘배우’라는 타이틀은 대중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쉬워요. 하지만 배종옥 선배의 경우 배우도 똑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연기 뿐 아니라 교수로서도 훌륭하시기 때문이죠. 저도 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닌 배우도 똑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기에 배종옥 선배를 닮고 싶어요”

사실 류덕환은 대학 초기 성적이 좋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 ‘천하장사 마돈나’를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F학점을 받은 적이 있어요.(웃음)” 하지만 그가 말했듯 그는 똑똑한 배우가 되길 바란다. 그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그는 두 번의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지난 학기에는 ‘신의퀴즈’를 촬영하며 학업을 병행했는데도 불구하고 장학금을 거머쥐었다. 우수한 성적을 받는 그만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사실 수업이라는 것이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는 수동적인 행위기 때문에 흥미가 없기 마련이죠. 또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웃음) 하지만 저는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서 흥미를 이끌어내고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어요. 이게 저의 노하우가 아닌가 싶어요”

 

평범한 대학생활의 로망

배우이기 때문에 그가 포기해야 했던 것 중 하나는 평범한 대학 생활이었다. “사실 연예인의 특성상 평범한 대학생이 되긴 힘들어요. 저는 1, 2학년 때 친구들이 하는 게임 같은 것들을 못해봤어요. 그게 왜 재미있는지도 몰랐죠.(웃음) 하지만 이젠 저도 여느 대학생들 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술도 마셔요.” 그는 아직 못해봤고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저는 동아리 활동을 꼭 해보고 싶어요. 주위에 동아리 활동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요.” 수많은 동아리 중 그가 하고 참여하고 싶은 동아리가 궁금했다. “저는 댄스동아리를 꼭 해보고 싶어요.(웃음) 그리고 문학의 밤과 같은 동아리도 좋을 것 같아요. 배울 점이 많을 것 같거든요” 만약 그가 배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제가 배우가 아니었다면 지금 연영과에 있지도 않았겠죠. 그리곤 꼭 CC를 했을 거에요.(웃음)”

연예인의 신분으로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한다는 것은 힘들다. “사실 저보다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저를 더 불편해 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가 먼저 다가가요. 제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면 저와 그 친구 사이에 존재하던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진답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가 편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어요.” “친구들이 저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저도 똑같은 학생이잖아요.(웃음) 저도 학교에서는 똑같이 모르는 것을 배우는 동등한 입장이라 전혀 특별할 것이 없어요. 제가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더 잘하거나 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류덕환은 특별하지 않아요.(웃음)”

그의 꿈은 현재 진행형 … ing

배우 류덕환, 그의 꿈은 배우다. 고로 그는 꿈을 이룬 사람이다. 꿈을 이룬 20대로서 꿈을 잃고 방황하는 20대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기자의 예상을 깼다. “저는 꿈을 이룬 것이 아니에요. 꿈을 이루는 중이죠. 사실 제 최종 꿈은 저도 몰라요.(웃음)” 그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기자였다. “저는 하루하루 꿈을 이뤄나가요. 무작정 높은 꿈을 잡고 동경하기보다 작은 꿈을 세워 어느 정도 도달했을 때 그 꿈의 목표치를 올려가는 식으로 꿈을 이뤄가고 있어요. ‘나는 헐리웃 배우가 될거야’라는 꿈을 세워놓고 무작정 달려간다면 어떻겠어요. 제가 이 인터뷰를 할 수 있었을까요.(웃음) 그렇기 때문에 제 또래인 20대에게 차근차근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처음부터 큰 꿈을 갖는 다면 좌절할 수 있고 그 꿈이 마냥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그가 꾸고 있는 꿈은 무었일까. “현재 이루고 싶은 가장 가까운 꿈은 저만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거에요. 평소 제가 느끼는 감정이나 경험 등에 대해 글을 쓰고 있어요. 글을 쓰다보면 저도 모르게 대화체로 적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시나리오 형식으로 바뀌곤 해요. 저는 제가 평소 느끼던 것들을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요. 언젠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게 목표죠. 하지만 결코 이것이 최종 꿈은 아니에요. 미래는 아무도 알 수 가 없듯 저의 꿈도 어떻게 바뀔지 몰라요. 그래서 미래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저의 목표죠.(웃음)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갈 뿐이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저의 꿈도 점점 자랄 거니까요.”

글·사진 이은샘기자 SAEM@cauon.net

 

류덕환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4학년 재학 중

수상내역

2007 제1회 대한민국영화연기대상 영스타상

2007 제44회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

2007 제4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최고의 신인배우상

2006 제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

2006 제27회 청룡영화제 신인남우상

2006 제9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신인 연기자상

 대표작

2010년 OCN 신의 퀴즈

 2010년 퀴즈왕

2009년 그림자 살인

2007년 우리동네

2006년 천하장사 마돈나

 2005년 웰컴 투 동막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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