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시인으로부터 건네받은 예심 통과자의 수는 5명이었다. 선반적인 수준이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어 대학생들의 시에 대한 관심의 열정이 식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좀 되기도 한다. 일반 독서대중의 시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지만, 이런 때일수록 시정신의 날은 빛을 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김태길의 「푸른 밤」 외 7편은 대상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침착한 언어 배치가 돋보였는데 군데군데 낯익은 표현들이 보여 시집 독서가 좀 더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자어의 잦은 사용도 재고를 요한다. 한자어의 잦은 구사는 관념 편향으로 치닫게 마련이고, 관념에 기댄 시는 구체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조월유하의 「살아 있는 색」 외 6편은 묘사도 선명하고 비유도 참신한 것이 많은데 말이 너무 많다. 시마다 30행이 넘는데 연 구분도 전혀 안 되어 있다. 시란 말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말을 엄선하는 것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감정의 절제와 통제가 필요하다.

변혜린의 「이별」 외 6편은 소재와 주제를 너무나 상식적인 것들에서 취해 오고 있다. 「고독」 「인생」 「추억」 같은 것도 얼마든지 시의 제목이 될 수 있지만 시의 문맥 속에는 보통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자기만의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 왜 러시아형식주의자들이 ‘낯설게 하기’를 시의 덕목 중 최고의 것으로 꼽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두 학생이 남았다. 김대용의 「문수동 선지해장국」 외 6편과 라유경의 「바늘밥 먹기」는 재치 있는 시적 발상과 언어유희(pun)의 재능이 막상막하다. 언어를 포획하여 손질하는 솜씨가 달인의 경지에 이르러 있지만 되풀이해 읽어도 공허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 형식이 승하고 내용이 박하니, 결국 생에 대한 자세의 문제로 귀결이 된다. 이제는 ‘어떻게’보다도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한다. 아무튼 김대용 학생은 이제 1학년이니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라유경의 「바늘밥 먹기」는 역설적 사고와 발랄한 상상력, 말재간의 능력을 발휘한 시이다. 바늘과 실, 옷감의 관계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입술 정전기」는 빗속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가수의 입술이 시적 소재이다. 소재 취재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시의 내용은 다소 공소한 느낌이다. 「심야 시선」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시적 긴장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는 것도 장점이다.

라유경의 3편 시를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결정한다. 나머지 4편의 시가 아직 많이 부족하고, 치고 빠지는 기교도 아직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사물을 물고 늘어지는 끈기가 필요하며, 기교를 넘어서는 진정성이 더욱더 요망된다. 투고한 학생들의 문학적 성장을 기원한다.

 

 

이승하(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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