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협회장 임기가 끝나가는 요즘, 2년 전 회장에 출마하며 내건 공약을 되돌아보곤 한다. 솔직히 부끄럽다. 당시 공약은 ‘교협 활동의 정상화’, ‘학내 민주주의 진작’, ‘평교수 권익 옹호’, ‘좋은 대학을 위한 논의 확대’ 네 분야에서 우리 대학 발전에 필요한 방향 제시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그 내용 가운데 제대로 지킨 것이 별로 없다. 좋은 교협 활동을 하리라 기대하고 회장으로 뽑아주신 교수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회장 임기 동안 학내 민주주의가 발전하기는커녕 후퇴하기만 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간 우리 대학 구성원의 자치권이 향상되었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생, 직원은 물론이고 교수의 학내 발언권이 그만큼 후퇴했다. 권리와 권한의 축소로 말하면 대학본부도 예외가 아녀 보인다. 학내 주요 사안의 결정권이 대학본부에서 법인 쪽으로 대거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는 근거로 지난 봄 학내에서 큰 소요를 불러일으킨 학문단위 재조정과 관련한 결정 과정을 들 수 있다. 우리 대학이 운영하는 학문과 교육의 기본 틀을 짜는 것인 만큼 학문단위 재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 최종안은 많은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대학 이사회에서 통과되고 말았다.

  문제는 이사회가 학문단위 재조정과 같은 대학 운영의 핵심 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느냐다. 대학 정관이 이사회에 그런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학과 통폐합, 정원 규모 등 대학 운영에 관한 사안은 이사회가 아니라 총장이 결정하도록 해놓은 현행 사립학교법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지금처럼 법인이 대학 운영에 직접 관여하면 교수와 학생, 직원의 자치권은 축소되고 학문과 교육을 법인이 주재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하남캠퍼스 이전 계획 무산은 이런 상황이 대학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내 구성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추진한 학문단위 재조정은 하남캠퍼스를 전제로 이루어졌는데, 캠퍼스 이전의 결정권을 쥔 경기도가 반대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우리 대학은 가공할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하남캠퍼스 이전을 전제로 안성과 흑석동 캠퍼스 학과들을 통폐합했는데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런 난맥상이 학내 민주주의의 위기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학교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결정은 느리더라도 구성원들 전체의 의사를 반영하며 해야 하는데 일방적 결정이 횡행하며 생겨난 일이다. 교협회장으로서도 책임을 통감한다. 교협을 활성화하여 대학본부와 법인의 일방적 학교 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 중앙대학교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 온전한 대학 발전을 위해 학내 여러 주체들의 민주적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학문과 교육 발전을 위해선 주체들이 학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차기 교수협의회는 학내 민주주의를 더 크게 진작시켜줄 것을 기대한다.

 

강내희 교수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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