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안가져 왔어?"
"뭐 지장? 지장은 감옥에서나 찍는 거지. 내일 다시와!

"신입생인 듯 보이는 학생이 야단 맞는 모습이다.학기초 처음 학생증 발급을
받는 새내기들이 기억 하고 있을 법한 사람, 등록금을 낼 때 왜 이리 비싸냐
며 흥분하는 사람, 너털 웃음을 짓기도 하고, 때로는 꾸지람을 하시기도 하
는 사람.그가 바로 청색 제복을 입고 있는 2캠퍼스 한일은행 주임인 채태병
씨(60)이다.

막바지 잔금 처리 업무가 한창인 한일은행을 찾아간 것은 오후 5시."나 같은 사
람 뭐 볼게 있다고."한일은행 주임 채태병씨는 신문에 실린다는 것이 광장히
쑥쓰러운 눈치다."아저씨께서 성실하다고 소문이 나서 취재온 거예요"라는 말
씀에 잔잔한 미소가 입까지 번지더니 이내 두 뺨이 불그스레해진다.

아저씨가 이곳에서 일하신 것은 올해로 4년째 된다. 한국야구르크 공장에서 수
위 8년, 용역회사에서 수위 17년 장기근무 하시고 아저씨가 이곳에 오게된 것
은 올해로 4년째."하루를 어떻게 근무할 것인지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일도 즐겁고, 하루 해도 짧아져. 특히 이곳은 가족같은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어
기뻐"라고 얘기하시는 아저씨가 곧 머쓱해지신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채주임
님 사진 찍는데 좀 웃으세요"라 외치는 직원들 때문이다. 갑자기 딱딱하게 굳
어진 어깨를 보는 주위사람들의 모습이 마냥 유쾌해 보인다.

"기쁠때는 정말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을 볼 때지, 얼마전 밥 먹으로 식당에
들어가면서까지 인사를 하던 음대 학생이 졸업했어"라고 말하는 아저씨의 얼
굴에는 서운함이 가득하다.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냐는 질문에 지성인으로
서의 예의를 당부한다. "몇해전 여름에 술에 취한 학생이 은행에서 잠이 든적
이 있어. 시원해서 잠들었는지 모르지만 직원 세명이옮기느라 고생했지. 그런
건 정말 지성인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아저씨가 말하는 여름 `예의'를 들어보자. "아무리 덥다지만 웃통 벗고 들어오
는 남학생을 보면 좀 그렇잖아" 웃통벗은 남학생들에게 "여기는 해수욕장이 아
니다!"라고 했다는 아저씨의 표정이 더없이 진지하다. 그래도 가장 마음에 걸
리는 것은 그런 학생들에게 너무 불친절 했다는 생각이 들때라고 하는 아저씨
에게서 학생을 생각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잊지못할 기억에서 부터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까지 듣고나니 이미 퇴근 시간
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퇴근하지 않은 모두가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
었음을 알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붉은 홍조를 띄고 쑥쓰러
워하던 아저씨의 모습, 학생들의 물건을 찾아주고 인사하는 모습에 기쁨을 느
낀다는 모습에서, 그리고 그런 아저씨가 사진찍으며 당황하는 모습을 바라보
는 사람들의 얼굴과 조용히기다리는 그들의 얼굴 속에서 행복이라는 것이 작
은 것에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홍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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