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어느 때보다 날씨가 험했다. 때 이른 추위와 돌풍을 동반한 비바람으로 감기에 걸린 학생들도 많았다. 초대형 수퍼 컴퓨터를 도입해서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하여도, 너무 자주 틀려서 기상청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다. 주된 이유는 날씨 변화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여 년 대학에 재직하는 동안 사회도 변화무쌍했다. 88올림픽 이듬해 교수가 되었을 때, 민주화의 열풍이 가득하여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가 넘쳤었다. 90년대 초에는 정부가 국제화와 세계화를 외치면서, 1996년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에도 가입하였다.

  모두 선진국 한국을 기대했지만, 이듬해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그러한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IMF 구제금융으로 한국경제가 다시 살아났지만,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 또다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위기가 도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 

  이제 40대에 갓 접어 든 첫 번째 제자들이 그러한 격동의 세월을 고스란히 경험했다. 힘든 속에서도 각자가 사회에 나가 자리를 잡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결혼하여 초중학생 학부모들이 되었다. 이제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를 학부모로서 겪고 있다. 

  이들이 겪을 향후 20년은 또 어떤 것일까? 모든 것을 다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가까운 미래 예측은 힘들지라도 먼 미래 예측은 오히려 쉽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 대학입학생의 감소, 주택수요의 감소와 다인종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는 예측가능한 변화들이다.

  또한 환경오염이 더욱 심각해져 인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사실도 예측가능하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이 약화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며, 21세기 동아시아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세계체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도 예측가능하다. 그리하여 20년 후 제자들은 지금과는 대단히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교육은 이러한 사회변화에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중년이 된 졸업생들이나 현재 수업을 듣는 재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변화를 이해하고, 그러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과 더 나아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이다. 그것은 당장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뿐만 아니 변화하는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고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식견과 적응력을 포함한다. 

  중년의 제자들은 곧 쓸모없게 되는 최신 기술과 테크닉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운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당장 쓰임새가 없던 것처럼 보였던 지식과 배움이 이제 가장 쓰임새가 있음을 말해 주는 제자들이 고맙다.

 

신광영 문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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