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고기들이 서로 만나면 "한국 정치인들 `사람' 맞니?"하고 묻는 것이
유행이라 한다. 또 저희들끼리 모이면, 콧대높던 조기와 명태가 불쌍하게 됐
다고 쑥덕거린다고 한다. 한편 조기와 명태는 정치인들을 `명예훼손죄'로 고
소할 것이라 한다. 옛날에는 그래도 제사상이나 잔치상에 오르는 대접을 받
았는데, 이제는 정치인들 때문에 대접은 커녕 미움만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사회에서 `조기퇴직'.`명예퇴직' 등이 만연되어 직장인들이 조기
와 명태조차 외면하는 현실을 두고 한 말이다.

또 선동렬을 국무총리에, 박찬호를 외무장관에 앉히기로 하고, 차범근이 대통
령에 출마하면, 환상적인 후보가 될 것이라 한다. 이들의 승리가 정치에서 좌
절감을 맛본 서민들의 가슴을 시원케 했다는 사실에 연유한다. 추악한 정치
게임만 보아온 서민들에게, 엄격한 규칙을 지키면서 정정당당하게 적지에서
싸워 거둔 승리는 신의 선물과도 같은 경이로움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 모든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자기가 가장 적임자로서 당선만 되면, 나라의
어떤 난제도 해결할 `재능'이 있다고 장담한다. 후보자들마다 정말로 인격과
덕망을 갖춘 훌륭한 대통령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TV화면이 아닌 실
제에서 일어나는 작태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대통령되기에 혈안이 되어 저질
폭로와 인신공격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추태의 연출이다.

현 김영삼대통령은 중학교때 부터 대통령이 되겠다고 책상 앞에 좌우명을 붙
여 놓기까지 했다 한다. 그리고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
나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 전직 대통령과 자식을 감옥에 보낸 가장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 같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사람에 따라 여러 가
지로 말할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오직 인생의 목표가 대통령, 삶의 의
미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평소에 대통령의 직책은 국민의 실제
생활과 직결되면서 동시에 민족의 미래와 관련된다는 사실에 깊은 관심을 두
지 못하고, 세속적인 의미의 대통령에 집착한 결과가 아닌가 추측된다.

우리는 미래의 가치 창조에 대한 무관심, 미래의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의 결과가 어떤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삶의 가치를 현실에만
두고 근시안적인 이상을 추구할 때, 바람직한 성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은 자
명한 이치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역사는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복된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좋은 것들이 반복되지 않고 잘못된 것만이 반복되는가.

박 대 복<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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